현대·기아 '호조', 중견 3사 '부진'
현대·기아차, 투싼·카니발 등 신차효과가 실적 견인
중견 3사는 하반기 풀체인지 신차 전무…한국지엠 노조 파업도 타격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달 내수판매실적에서는 확실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였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효과 등을 앞세워 호조를 보인 반면, 하반기 들어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없었던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3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11월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실적은 도합 14만3591대로 전년 동월 대비 5.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1년새 7000여대가량 증가한 물량은 현대·기아차가 싹쓸이했다. 현대자동차는 11월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한 7만35대의 내수 판매실적을 올렸다.

국내 최고 인기모델인 그랜저가 1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유지한 가운데 아반떼의 신차효과도 지속되고 있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인기도 여전하다.

새로 출시된 신형 투싼도 판매실적을 견인하는 데 한몫 했다. 투싼은 11월 총 7490대가 팔렸으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28.4%나 증가한 규모다. 이 중 4세대 풀체인지 모델이 가솔린 3231대, 하이브리드 2983대 등 6214대의 판매실적을 올렸고, 나머지 1276대는 구형이었다.

기아자동차도 11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한 5만523대의 판매실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카니발, 쏘렌토의 신차효과와 함께 지난해 말 출시된 K5의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 카니발은 11월 9823대가 팔리며 2개월 연속 기아차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중견 3사 중에서는 쌍용자동차가 비교적 선전했다. 11월 내수 판매는 9270대로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에 9000대를 넘어섰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21.8%에 달한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올 뉴 렉스턴이 전년 동월 대비 23.1% 증가한 1725대의 판매실적으로 풀체인지 모델 못지않은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티볼리도 티볼리 에어 재출시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8.2% 증가한 276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코란도와 렉스턴스포츠 등 다른 모델들이 부진을 계속하며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0.3%에 머물렀다.

한국지엠은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11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10.5% 감소한 655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완성차 5사 중 최하위 실적이다.

르노삼성 역시 같은 기간 10.8% 감소한 7207대의 내수 판매실적으로 부진을 이어갔다.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던 XM3가 하반기 들어 주춤한 상태고, 페이스리프트로 상품성을 높인 SM6와 QM6 등 주력 모델들도 현대·기아차의 경쟁 모델에 밀려 전혀 신차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완성아 업체들은 수출 및 해외현지생산판매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위축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는 11월 해외 시장에서 30만6669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7.2%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20만5496대의 해외 판매실적으로 역성장은 면했지만 증가율은 1.6%에 불과했다.

미국향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 계약 종료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르노삼성은 11월 867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이 88.7%에 달한다. 르노삼성의 수출 부진은 내년 XM3 수출이 본격화돼야 해소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쌍용차는 11월 2589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월 대비 71.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월 최고 실적이지만, 지난해까지 부진했던 실적을 회복하는 단계라 절대 물량은 많지 않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 신차의 유무가 실적을 더 크게 좌우하는 양상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임단협 잠정합의안, 반대 53.8%로 '부결'
부평공장 조합원 60%이상 반대
노사, 다시 교섭해 합의안 만들어야

한국지엠 노동조합 조합원 53.8%가 임금동결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조합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며 한국지엠 노사가 마련한 잠정 합의안은 부결됐다. 노사는 추가 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1일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이틀에 걸쳐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찬반 투표에 조합원 7364명이 참석했고, 이 중 3965명(53.8%)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은 3322명(45.1%)에 그쳤다.

조합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며 한국지엠 노사가 지난달 25일 마련한 잠정 합의안은 최종 부결됐다. 노사는 다시 교섭해 조합원을 만족시킬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잠정 합의안 부결에는 부평공장 조합원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투표에 참여한 부평공장 소속 조합원은 4429명으로, 이 중 60%인 265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교섭의 쟁점이던 부평 2공장의 미래 생산 계획과 관련한 내용이 합의안에 미흡하게 반영됐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 측은 잠정 합의안에 부평 2공장 활성화를 위해 현재 생산 차종의 생산일정을 최대한 연장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바 있다.

또한, 합의안에는 기본급을 동결하고, 회사가 조합원 1인당 성과금과 격려금 명목으로 총 4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600만 원 성과금 지급 등을 요구하던 노조의 주장보다 후퇴한 안이다.

기본급이 3년 연속 동결되자 일부 현장 조합원 사이에서는 잠정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부결을 유도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갑 지부장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합의안이) 조합원의 기대치와 차이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와 현장의 누적된 피로 등을 감안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조합원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부결을 막지 못했다.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며 한국지엠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사는 다시 교섭에 나서야 하는데, 그간 24차례의 교섭을 이어오며 진통을 겪은 점을 고려하면 연내 타결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 과정에서 파업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협상 기간 생산일을 기준으로 15일 동안 하루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