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풍부한 유동성·개미 투자 열기 지속되며 내년 상반기 1000 돌파 전망
시총 상위 종목 구성 변경·거래소 시장 주도주 발굴 및 육성 발표 기대감↑
상저하고(上低下高). 올 한 해 국내외 주식시장을 요약하는 단어다. 국내시장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시장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3월 이후 빠른 속도로 낙폭을 회복한 주가지수는 결국 하반기 들어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록적인 호실적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라임‧옵티머스 사태라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0년 금융투자업계를 되돌아보고, 2021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3월 한국 증시는 유례없는 대폭락을 겼었다. 이후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인 반등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 역시 반등에 성공하며 성과를 내보였다.

◆2000년 이후 최고점 도달한 코스닥 

특히 코스닥 지수는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이 급격히 꺼지면서 주저앉은 악몽을 딛고 20여년 만에 최고점에 도달했다. 

1996년 출범한 코스닥은 IT 버블이 급격히 꺼지면서 2000년 9월 15일 992.50로 장을 마감했다. 그해 3월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834.4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6개월 사이 쏟아져 내린 셈이다. 이 기간 52조2000억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이후 부침을 겪던 코스닥은 지난 21일 연중 최고치인 954.34를 기록하며 다시금 1000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올해 저점(419.55)과 비교하면 127.47%나 뛰어 오른 셈이자, 코스닥 지수 기준 단위를 100에서 1000으로 조정한 2004년 이후 최고치다. 

◆동학개미운동 후광 효과 ‘톡톡’

코스닥의 상승 배경에는 올해 ‘동학개미운동’이 자리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인만큼 동학개미운동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월 첫 거래일 이후 현재(28일 기준)까지 코스닥에서만 3조153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신규 개미 유입도 지속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들어 560만개가 넘는 신규 주식계좌가 개설됐다. 지난 9월 1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는 8월에만 64만좌가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강세 속 반도체, 게임 성장세 ‘눈길’

올해 코스닥에서는 제약·바이오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셀트리온 형제(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는 여전히 시가총액 상위주로 지수를 견인했다. 

코스닥 스타 종목으로 떠오른 ‘씨젠’도 이들과 함께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은 진단키트 수요 급증과 함께 월 수출액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 씨젠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주가가 10배나 뛰어 오른 유일한 종목으로, 올해 증시에서 ‘역사’로 기록될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약·바이오의 전통적 강세 속에 2차 전지, 반도체, 게임 등의 성장세도 눈에 띄는 한 해 였다. 

9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3조3434억원)와 개임 개발사 펄어비스(3조5900억원), 디스플레이·반도체용 특수 가스 사업을 하는 SK머티리얼즈(3조6843억원), 국내 1위 배터리 양극재 제조업체 에코프로비엠(3조4666억원) 등은 시총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모습이다.  

   


◆공모주 ‘훈풍’…사상 최고 경쟁률 기록 새로 쓰기도

코스닥 공모주 열풍도 뜨거웠다. 지난 8월 상장한 의료기기 제조사 이루다는 일반 청약 경쟁률 3039대1을 기록하며 공모주 청약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림원소프트랩(2493대1), 한국파마(2036대1), 석경에이티(1751대1),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1727대1), 소룩스(1660대1), 티엘비(1551대1), 프리시젼바이오(1557대1), 카카오게임즈(1521대1), 엔젠바이오(1502대1) 등 코스닥 새내기 기업들도 일반청약 경쟁률 1500대1을 넘기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28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0년도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현황 및 주요 특징’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모를 통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전체 65개사 가운데 51사인 79%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65% 상승하는 등 최근 10년래 최고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내년 상반기 코스닥 1000시대 진입 가능성

2020년 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코스닥 시장이기에 전문가들은 내년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개미들의 투자 열기 또한 식지 않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코스닥 1000시대에 무난히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소재, 바이오 업체를 중심으로 이르면 내년 1분기 코스닥 1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구성이 이전과 달라진 점도 향후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코스닥 시장 시총 상위 종목은 주로 IT와 자동차 부품 및 장비업체가 차지했다면 지금은 시총 상위 종목이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이거나 B2B(business to Business)라도 자기 가격 결정권이 있는 기업으로 포진됐다”며 “상승 한계를 느꼈던 이전과는 기업 구성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상승 여력이 이전처럼 제한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시대를 열어갈 시장 주도주 발굴과 육성에 힘을 쏟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할 유니콘 기업이 보다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시장 평가와 성장성 중심으로 증시 진입요건을 조속히 개선하는한편 우량 기술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되도록 코스닥 시장체계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