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오픈 경선' 요구에 김종인 "수용 불가" 단칼에 거절
다자구도 유리한 안철수, 시간 지날수록 주도권 쥘 국민의힘
보궐선거 야권 승리 핵심인 단일화, 향후 험난한 과정 예고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이슈인 야권후보 단일화 방안을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안 대표가 야심차게 던진 ‘야권 통합경선 카드’를 김 위원장이 곧바로 걷어차면서 단일화 과정이 험난할 것을 예고했다. 

안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돌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것은 무리한 얘기다.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당적을 유지하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까지 품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플랫폼을 국민의힘 책임 하에 관리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가장 경쟁력 있는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 위한 실무 논의를 조건 없이 시작하자”면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을 포함한 ‘원샷 경선’을 제안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안 대표의 ‘복심’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회견 후 “국민의힘 본경선에 올라온 후보들과 안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다양한 외부 후보들이 같이 모여서 경선을 치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1대1로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것보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4명과 다자구도로 대결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가세한 국민의힘 경선의 최종승자가 나오는 3월 초까지 장외에서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 사람은 국민의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것인데, 우리도 후보를 확정한 다음에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곧장 단일화 실무 논의를 시작하자’는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그것은 안 대표 입장”이라며 “우리 당은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제의를 받았다고 해서 수용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단일화는 절차를 어떻게 할 거냐의 문제인데 지금 안 대표는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걸로 보여진다”면서 “안 대표의 요구는 현재 당헌상으로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후보를 뽑은 뒤 안 대표 등과 야권단일화 후보를 뽑는 방식으로 입장을 정한 상태다. 주 원내대표의 지적대로 시간이 갈수록 단일화 협상에서 안 대표보다 제1야당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판단이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국민의힘 제공

연초 서울시장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는 국민의힘에서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안 대표에게 야권 지지층의 관심이 몰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안 대표 지지층에 거품이 많다고 분석했고 이를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는 항상 시작은 선두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언제나 3위였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안 대표의 지지율은 빠지게 될 것이다. 지금 지지율에는 다소 거품이 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안철수 함구령’ 이후 당내 후보들에 집중하고 있다. 김수민 공관위 대변인은 오 전 시장이 출마한 바로 다음날(18일) 열린 공관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안 대표와의 단일화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내 주자들에 완전히 집중하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유력 주자에게 힘을 싣겠다며 출마를 포기한 후보도 나왔다. 이혜훈 전 의원은 "인지도 높은 후보들이 대거 나선 이후 서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야권 내부에서 상호견제와 비난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저부터 대의를 위해 소아를 내려놓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간은 우리 편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답답한 것은 안 대표일 것”이라면서 “안 대표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말했는데, 말 그대로다. 본인으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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