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세단 시장 '소품종 다량판매' 전략
브랜드 최고봉의 판매 1위 이례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해 국내 승용 완성차 시장은 '신차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 세단이 주도했다. 내수시장에서 세단은 뛰어난 상품성과 범용성을 활용한 소품종 다량판매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관련업계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 내수판매는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과 대대적인 신차 효과 덕에 전년 대비 4.7% 증가한 161만1218대를 기록했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쌍용차를 제외하면 전체 제조사의 판매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사진=미디어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여전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의 전체 판매량은 21.3% 감소했지만 SUV와 픽업 등을 포함한 레저용차량(RV)은 전년대비 약 12% 더 판매가 됐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역시 RV는 지난 2019년 27.7%였지만 2020년에는 약 39.5%로 약 11%포인트(p)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는 승용 세단의 반격도 이어졌다.

지난해 내수판매 상위 5종 가운데 4종은 승용 세단이었다.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신차효과가 뚜렷했다.

이처럼 내수시장의 경우 승용 세단은 소품종, SUV는 체급별 다양화 전략으로 선회 중이다. 3년 연속 내수판매 1위에 준대형급 현대자동차 그랜저(14만5463대)가 이름을 올렸다. 그랜저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제외하면 현대차 가운데 '플래그십'모델이다.

그랜저의 판매 1위는 이례적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도 플래그십 세단이 해당 시장의 판매 1위에 오르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에 현대차는 지속해서 그랜저 윗급의 대형 세단을 고민 중이다. 실제 신차(아슬란)를 앞세워 해당 세그먼트에 도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단산했다. 그만큼 그랜저가 지닌 브랜드 파워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그랜저는 세련된 디자인을 기본으로 폭넓은 선택사양을 준비해 다양한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런 그랜저의 범용성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내수시장의 모습은 특정모델 그랜저의 선전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기아자동차 3세대 K5. 사진=미디어펜


내수 판매 2위와 3위는 각각 현대차 아반떼(8만7731대)와 기아 K5(8만4550대)가 차지했다. 최근 SUV 인기가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승용 세단은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새롭게 등장시킨 모델들이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판매 상위 4위에 마침내 SUV인 기아 쏘렌토가 이름을 올렸다. 쏘렌토(8만2275대) 역시 신차 효과가 주효했지만 친환경차 하이브리드의 역할도 한 몫을 했다. 그 뒤는 현대차 쏘나타(6만7440대)가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세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다만 6~10위 사이는 8위를 제외하면 SUV가 싹쓸이했다. 무엇보다 8위에 제네시스 G80이 올라온 점이 눈길을 끈다. 내수판매 10위 권에 고급 대형차가 이름을 올린 점도 내수시장에서만 보이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들 내수 상위 10종의 판매량(75만9654대)은 전체 내수 승용차 판매(137만4715대)의 절반 수준인 55.2%를 차지했다. 그만큼 차종 다양화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수 판매 상위권에 승용 세단이 이름을 올린 것과 반대로 수출은 여전히 SUV가 주도 중이다. 수출 상위 10종 가운데 세단은 준중형차 아반떼(5위)가 유일하고 경차 모닝이 7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제외하면 모두 SUV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단형 승용차가 단산한 자리를 해당 등급의 SUV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다"며 "하지만 내수시장은 신차효과와 맞물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해택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관심이 집중된 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단과 SUV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올해부터 새롭게 등장할 모델은 두 가지 이상형태가 접목된 '크로스오버차량(CUV)'의 친환경모델이 출시되고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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