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부진 속 적자 축소 원동력…저가 원료 투입 통한 원가 절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유업체들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제마진이 부진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으나 설비 투자를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2월 둘째주 정제마진이 배럴당 1.7달러에 머무는 등 지난해 10월 첫째주부터 2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BEP)의 절반도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제외한 이윤으로, 석유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공급량 회복에 대한 우려에 부딪혀 상승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사진=에쓰오일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은 지난해 4분기 1925억원, GS칼텍스 정유부문도 952억원의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 영업손실도 각각 897억원·110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4분기 들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을 비롯한 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원유정제시설을 100% 가동하는 등 국내 다른 업체들이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춘 것과 반대의 방법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유를 비롯한 연료유 소비 급감에도 수출 물량 및 저유황 선박유(LSFO) 등 수익성이 좋은 제품 생산량을 확대한 것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RUC는 원유 보다 저렴한 중질의 잔사유를 원료로 △휘발유 △고급 휘발유용 첨가제(MTBE) △프로필렌·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로, 2018년 말 가동을 개시했다.

에쓰오일은 고도화시설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주요 생산설비가 지난해 정기보수를 마쳤다는 점에서 올해는 가동 중단 없이 공장을 운영하는 등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구촌 곳곳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설비들이 폐쇄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힘입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수요가 회복되는 등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 현대오일뱅크 SDA 공정 전경/사진=현대오일뱅크


앞서 현대오일뱅크도 2~3분기 홀로 흑자를 달성한 바 있다. 이 기간에도 정유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 하향 조정이라는 악재를 뚫고 100억원대로 유지한 것이 이같은 현상을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고도화설비 덕분에 황을 비롯한 불순물이 많아 정제가 힘들지만 가격이 낮은 남미산 초중질원유를 대량으로 투입할 수 있었던 덕분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에 경쟁사 대비 5~6배 가량 많이 투입한 것을 포함해 지난해 32.9%를 초중질원유로 채웠으며, 정기보수 기간 중 일일 2만배럴 규모의 탈황설비 증설을 완료하면서 올 1분기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을 34.5%(16만배럴) 수준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정제시설(CDU) 가동량도 지난해 평균 보다 5만배럴 많은 46만배럴까지 확대하고, MTBE를 직접 생산해 휘발유 제조원가를 낮출 계획"이라며 "초저유황유(VLSFO) 시황 개선에 따라 지난해 증설한 탈황설비(RDS) 가동 경제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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