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수요 위축 예상에 신차 부제
고질적인 노조리스크도 발목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요 위축이 예상되며 국내 중견 3사의 실적악화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예상 밖의 수요확대로 연식변경과 부분변경모델들로 버텨왔지만 올해에는 수요위축에 특별한 신차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6일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173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지난해 자동차 내수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 개별소비세 감면과 신차 출시 등의 효과로 전년 대비 6% 증가한 185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호조 요인이 희석되며 오히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9만대)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게 글로벌경영연구소 측의 예상이다.

완성차 업계만 놓고 본다면 시장 위축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수입차들의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완성차 5사가 4.8%의 성장을 보이는 동안 수입차는 12.3%의 고성장을 나타냈다.

과거 내수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도 수입차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었다. 올해 시장 수요가 7% 감소한 가운데 수입차는 성장을 지속한다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시장 위축은 자동차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현대차와 기아는 시장 위축을 극복할 수 있는 신차 출시가 다수 예정돼 있다. 

반면, 중견 3사는 볼륨 측면에서 크게 기여하기 힘든 수입 판매 차종 외에는 별다른 기대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드러진 중견 3사의 노조리스크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실적악화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올해 풀체인지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포함, 4개 차종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차는 전무한 실정이다.

출시가 확정된 모델은 순수 전기차 볼트EUV다. 기존 크로스오버차량(CUV) 형태의 전기차 볼트EV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버전인 볼트EUV는 넓은 실내공간과 활용성으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 차는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수입해 판매하는데다 시장이 한정된 전기차라는 점에서 한국지엠의 판매량을 늘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올해 환경부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승용 전기차는 7만5000대다.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으니 시장이 이정도 규모로 한정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 자체 브랜드로 판매되던 경상용차 라보와 다마스가 단종된 것도 한국지엠 판매량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라보와 다마스는 비록 수익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연간 7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장해주던 차종이었다.

지난해 신차 부재로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쌍용차는 올해 첫 전기차 모델 E100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첫 준중형 SUV 전기차인 E100은 코란도를 기반으로 한 넓은 차체에 LG화학의 고성능 배터리팩을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 480km 수준을 확보해 넓은 수요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경영난 속에서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Pre-packaged Plan)을 모색하고 있는 형편이라 신차 출시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 주인 찾기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E100이 출시된다고 해도 시장이 한정된 전기차라는 점에서 쌍용차의 판매실적을 끌어올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XM3를 출시해 신차효과를 톡톡히 봤던 르노삼성은 올해는 아예 신차 없이 버텨야 한다. 풀체인지는 물론,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출시 계획이 없다. SM6와 QM6 등 주력 차종들이 모두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마쳤으며,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던 QM3도 2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교체하며 캡처로 이름을 바꾼 상태다.

이같은 상황은 현대차와 기아로의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5사 내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2019년 82.3%에서 지난해 83.4%로 상승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노조리스크에 따른 경쟁력을 악화시키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쌍용차를 제외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매년 발생하는 소모적인 회사측과 노조와의 신경전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경우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인 만큼 노조리스크는 경쟁력악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정상조업에 들어가고 있지만 르노삼성은 반복되는 의견차이로 제대로된 협상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르노본사에서는 주기적인 경고를 하며 효율성을 높여달라는 당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 노조의 경우 노조 내부적이니 갈등으로 의견 조차 통일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신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신차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런 시장에서 신차의 부제와 함께 노조리스크가 더해진다면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수요도 못 챙기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에 노사 협력은 특히 올해 중요한 과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