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서울시장 보선 뜨겁지만, 결국 가야할 길은 내년 대선
유의미한 주자 한 명도 못가지고 역사로부터 주홍글씨 받을 수도
   
▲ 이석원 정치사회부장
[미디어펜=이석원 정치사회부장]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굳이 그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는 것, 그들의 속이 새카맣게 타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1년 남짓, 정확히 385일 후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든 국민의힘이든 발등에 떨어진 불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다. 부산이야 그나마 당내 1위 후보인 박형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서울은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1위로 치고 올라온 데다, 지지율도 상승곡선이고, 또 그나마 박 전 장관의 적수로 꼽히는 이가 국민의힘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이 아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대로라면 국민의힘 후보가 안 대표와 단일화를 못 했을 경우 박 전 장관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은 안 대표. 3자 구도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설령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과연 국민의힘 후보가 보수야권의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도 고민이고, 국민의힘 후보가 보수야권 단일 후보가 됐을 경우 박 전 장관이든 우상호 의원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이길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는 게 다양한 여론조사의 거의 일치하는 결론이다.

이런 형국이니 김 위원장이든 국민의힘이든 ‘발등에 떨어진 불’이 심하게 뜨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든 국민의힘이든 그들의 눈이 머무는 곳은 결국 2022년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다.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든 국민의힘이든 현재 속이 새까만 이유는 내년 3월 9일 국민의힘, 더 나가서는 이 땅의 보수진영에 정권을 가져다줄 후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건 앞으로도 그런 후보가 보일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

백 번 좋게 생각해서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 됐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존재감 높은 후보가 갑자기 불쑥 솟아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권 주자군에 속했던 오 전 시장이 사실상 대권 주자군에서 이름을 빼야 하고, 범보수진영의 대권 주자군인 안 대표도 그 이름을 지워야 한다. 둘 중 누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그 사람이야 당연히 내년 대선에 나설 수 없고, 경선이나 단일화에서 낙마하든 본선에서 낙선하든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못 이긴 사람이 대권 주자가 될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경쟁력 있는 대권 주자 오 전 시장이나 범보수진영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안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내년 대선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각종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리는 국민의힘 사람은 오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정도다. 국민의힘 밖 범보수야권 후보까지 합쳐도 안 대표와 홍준표 의원 정도다. 이 구도는 들고 빠지는 미미함 외에 지난 1년 간 거이 변화가 없다. 

지난 1년 간 거의 변화가 없는 또 다른 점은 이들 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다는 것이다. 그나마 안 대표와 홍 의원, 오 전 시장이 겨우 5% 남짓이고 원 지사나 유 전 의원은 2%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거의 무이미한 숫자인 셈이다. 물론 안 대표나 홍 의원, 오 전 시장도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경우 통계상 무의미한 숫자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 중 안 대표와 오 전 시장은 이제 사실상 대선 후보군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사람은 원 지사, 유 전 의원 뿐. 김종인 위원장이 물러난 후 홍 의원이 복당을 한다고 해도 그 나물에 그 밥 신세는 변함없다. 물론 통계 숫자상으로. 

이러니 김 위원장이든 국민의힘이든 속내가 까말 수밖에. 이런 구도 속에서 만약 이번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국민의힘이 가져간다고 해도 대선에서 정권 창출에 실패한다면 불과 3개월 여 뒤 전국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서울과 부산에서 ‘1년 천하’를 누리다 말 상황이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국민의힘 제공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이끈 게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난 해 6월 1일 논란과 혼란을 딛고 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고, 당의 이름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숱한 반대의 난관 속에서도 당의 변화를 모색했지만, 이 모든 변화가 2022년 정권 탈환을 위한 정치적 행위였다고 본다면 김종인 체제는 철저히 실패한 것이다. 

비대위원장 취임 후 260여 일 동안 광주 5.18 묘지에서 무릎도 꿇고,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 보수세력과 손절 선언도 했으며, 반기업 정서가 짙은 각종 법안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보이며 ‘고군분투’했지만, 지금 이 시점까지도 유의미한, 경쟁력을 가진 대권 주자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실패다.

더 나아가서는 김 위원장을 선택한 국민의힘의 실패고, 보수 정치의 실패다. 되지도 않게 힘의 논리를 무시하고 정부 비판에 몰두했고, 궁극적으로 여당의 독주에 들러리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어부지리로 업어 갈까 하는 헛된 꿈에 여러 달 휘둘렸고, “윤석열은 현 정부의 사람이고 보수진영 사람이 아니다”고 여기저기서 외쳐도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윤 총장만 바라보고 당내 대권 주자들을 무시했다. 대권 주자들마저도 윤 총장의 인기에 편승해볼까 하는 정치 공학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었다. 꿈에서 깨고 나니 남는 건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지율 채 5%를 넘지 못하는 대선 주자들뿐이다. 그러니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이후 1년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실패의 삶을 산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실패에는 스스로의 요인이 아닌 이유도 있다. 국민의힘이다. 김 위원장의 변화의 노력에 단 한 번도 흔쾌히 찬성하고 동조한 적이 없다. 꼴도 안되는 처지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붙들고 늘어졌다. 결국 여론에 밀리든 힘에 밀리든 김 위원장의 생각을 따라갔다고 해도 지지자들에게조차 염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니 김 위원장이 시도한 변화가 아무리 유의미한 시도였다고 해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가 1년 동안 유의미한 대선 주자를 만들어 내지 못한 '실패'로 드러난 것이다.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의 지난 1년의 실패를 놓고 누구 탓인지 가늠하는 건 쉽지 않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위원장은 오는 4월 7일이면 그 실패의 굴레를 개인의 실패 정도로 남기고 정치 역정에서 뒤로 물러나면 그만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그 1년여 후인 2022년 3월까지는 정권 탈환을 위해 힘을 써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당의 운명은 변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 결과와 함께 그 과정의 일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영원히 남게 된다. 그 결과에 따라 대선 1년 전까지 유의미한 후보군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그 이후 보수진영 전체를 놓고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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