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투자자·국민연금 등 표심 향방 주목
석화업계 2위권 영업익·주가 상승vs배당 확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금호석유화학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간 경영권 분쟁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상무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주주명부는 주주 이름·주소를 비롯한 신상정보 및 보유 주식 현황 등이 담겨 있기 때문에 세력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박 상무는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박 회장(6.69%)과 박준경(7.17%)·박주형(0.98%) 전무를 합한 것보다는 4.8% 포인트 가량 모자란 상황이다. 

이를 뒤집기 위해 박 상무는 사외이사·감사 추천을 비롯한 주주권 행사를 선언하면서 보통주·우선주 배당규모를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늘려달라는 요구를 했다. 배당금 확대를 앞세워 우호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금호석유화학 울산공장/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해 7월 단행된 그룹 인사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 전무가 상무에서 승진한 반면, 조카 박 상무는 누락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박 상무는 박 회장과의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했다.

업계는 국민연금(8.16%)과 소액주주(50.48%)들이 어느 쪽에 줄을 서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 중 블랙록을 비롯해 30%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동향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박 상무는 올해 주총부터 적용되는 '3%룰'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게 되면 본인의 의결권이 축소되지만, 박 회장과 박 전무 역시 동일한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전년 대비 100% 이상의 실적 향상을 이뤄낸 경영진을 향한 신뢰가 조각날 동기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 7421억원은 업계 2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당기순이익(2091억원)도 같은 기간 1068.2% 급증했다. 이는 선제적 투자 및 연구개발(R&D)이 효과를 발휘하고 코로나19로 위생용품 등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타이어·위생용품 수요가 견조하게 형성되고, 가전 및 자동차 등 전방산업 업황 회복 기조 속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말 9만2600원이었던 주가도 이달 초 29만3500원까지 오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이날 11시48분 기준 주가는 23만8000원으로 낮아졌다. 부채비율이 50%를 밑도는 등 재무구조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정관으로 볼때 자사주를 동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주주 입장에서도 배당금 확대는 반가운 이슈지만, 신성장동력에 필요한 자금 동원 등 회사의 여력으로 볼때 현실적인 제안인지는 의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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