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원작자-에이전시 간 분쟁 발생
국내 사업권자 비플랏, 공지 2주만에 사업 접어
"외국 캐릭터 라이선시 법적 보호 장치 마련 시급"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일본 캐릭터 '농담곰(일본명 지분츳코미쿠마, Joke Bear)'을 둘러싼 지적재산권 분쟁으로 국내외 사업이 전면 중지 돼 국내 판권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농담곰(일본명 지분츳코미쿠마, Joke Bear)'./사진=비플랏(B·FLAT)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캐릭터 '농담곰'의 글로벌 사업 전개가 전격 종료됐다. 원작자 나가노 작가와 현지 에이전시 간 판권·저작권 등 지적재산권(IP)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가노 작가 본인이 게시한 캐릭터 상품 발매 안내 공지에는 판권 표기가 사라진 상태다. 이에 농담곰 캐릭터에 대한 라이선싱 공동 사업을 진행하던 일본 현지 에이전시 '에이노바(Anova)' 측과 결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달 18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며 나가노 작가 본인이 올린 반다이 가샤폰 상품 발매 안내 게시물에서는 'ⓒNagano / ⓒAnova'라는 판권 표기가 분명 존재했지만 이내 자취를 감췄다. 이와 같은 연유로 나가노 작가와 에이노바 간 암투가 생겼을 생겼을 것이라는 것이다.

   
▲ 반다이 가샤폰 상품 발매 안내 게시물. 왼쪽 사진에서는 'ⓒNagano / ⓒAnova'라는 판권이 표기가 명기돼 있으나 이내 오른쪽과 같이 사라졌다./사진=트위터 캡처

농담곰 캐릭터 외에도 나가노 작가의 캐릭터는 전부 사라진 상태다. 사업권자 에이노바는 농담곰 라이센싱 사업 종료를 공식 선언한 적 없으나 홈페이지에서도 자사 보유 라이센스 목록에서 농담곰 관련 캐릭터는 현재 내려진 상황. 일각에서는 농담곰 사업이 중단된 게 아니라 타사로 판권이 이전되는 등 사업 주체 변경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 일본 현지 캐릭터 에이전시 에이노바(Anova) 홈페이지에서 농담곰과 관련 캐릭터들이 삭제됐다./사진=에이노바(Anova) 홈페이지 캡처


이후 나가노 작가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한국 사업자) 비플랏(B·FLAT)과 한국 팬들을 사랑한다"며 "반드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기다려달라"고 글을 남겼지만 시점은 불분명하다.

   
▲ 농담곰 원작자 나가노 작가가 국내 판권 사업자 비플랏과 한국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사진=나가노 작가 트위터

문제는 에이노바와 국내 라이센싱 사업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보이는 비플랏도 농담곰 사업을 접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15일 비플랏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 각종 SNS를 통해 지난달 28일자로 농담곰 사업이 공식 종료됨을 알렸다.

비플랏 측은 공지문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농담곰 소식을 전하기 시작한지 2년 7개월만에 부득이하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전개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저작권자와 다각도로 논의했으나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담곰에 보내준 팬들의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국내외에서 농담곰 사업이 재개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비플랏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기획했던 여러 프로젝트가 공중분해 돼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전개 중지에 있어 당사의 책임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 나가노(ナガノ) 농담곰 작가가 트위터에 남긴 글귀./사진=나가노(ナガノ) 작가 트위터


농담곰 국내 사업권자인 비플랏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에코백 △맨투맨 티셔츠 △반팔 티셔츠 △에폭시 키링 △메탈 배지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스 △스티커 △다이어리 △휴대전화 케이스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자로 휴대전화 케이스 주문은 종료됐고 남은 상품들도 5월 31일이 판매 마감일이다.

아울러 농담곰 관련 한국 공식 SNS 계정들도 모두 삭제됐다. 

비플랏은 카카오톡을 통해 농담곰 이모티콘도 판매하고 있다. 이 역시 5월 31일이 기한이지만 종료일 전 구매해 내려받은 이모티콘은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는 곧 이모티콘 사업 플랫폼을 맡고 있는 카카오 또한 이해관계자인만큼 계약 파기에 따른 이익 증대를 도모할 수 없게 됐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 외에도 '농담곰의 여유만만 영어회화' 시리즈 단행본을 펴낸 출판사 소미미디어 역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형 제조를 맡고 있던 진영글로벌도 농담곰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해졌다.

   
▲ 재작년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9'에 전시된 일본 캐릭터 '농담곰'(일본명 '지분 츳코미 쿠마') 상품./사진=박규빈 기자


농담곰 사태로 알 수 있듯 해외에서 벌어진 지재권 분쟁으로 인해 공지 2주일만에 급하게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국내 라이선시 입지는 취약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외국 캐릭터 판권을 따낸 국내 라이센싱 사업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러스트레이터 '카루'는 "국내외에서 계약 문제로 작가와 에이전시 간 관계가 틀어져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업이 흘러간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 사업자들의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적재산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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