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터뷰서 "공소유지 정부법무공단 만들자는 것…선진국 어디에도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와 집권여당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및 수사·기소권 완전분리가 검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은 이날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며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검찰을 정부법무공단처럼 만들려 하는데, 이는 검찰권의 약화가 아니라 검찰 폐지"라고 덧붙였다.

   
▲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박 장관 예방을 마친 뒤 법무부 건물을 나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윤 총장은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며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직을 위해 타협한 적 없다"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윤 총장은 "시행되기까지 십수년이 걸렸다"며 "사법 선진국 어디에도 검찰을 해체해 수사를 못하게 하는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무너진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부패한 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우리 모두가 똑똑히 봤다"면서 문재인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입법을 통해 강행하려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에 대해 윤 총장은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한다"며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선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는 형사법 집행의 효율성과 인권보호에도 바로 직결된다"고 반박했다.

여당이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SFO)를 모델로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대해 윤 총장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사법 선진국은 대부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며 "그와 같은 주장은 진실을 왜곡했거나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라며 "그 조직이 SFO다. SFO 인력은 상근 인원만 450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검찰의 반부패 수사 인력보다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과 만날 뜻을 밝혔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 복귀해 취재진과 만나 "검찰 구성원들의 여러 걱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또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틈나는 대로 현장 행정 일환으로 일선 의견을 듣고있으니까 너무 크게 걱정하지는 마시라"며 "장관이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면 의견 수렴 과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박 장관은 이날 윤 총장과 소통할 계획에 대해 "전 언제나 열려있다"며 "총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다. 만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여론은 강경 일색이다. 검찰 내부망에는 민주당측 주장을 반박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당장 오는 3일 윤 총장이 대구를 방문해 대구고검 및 대구지검 검찰 구성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는데, 이 때 작심 발언이 재차 나올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이날 보도된 윤 총장의 국민일보 인터뷰와 관련해 "중대범죄 대상 검찰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를 전제로 한 수사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평소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