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한국산 배터리 점유율 27.2%…중국 CATL 31.2%
SK-LG 갈등·입장차 여전…정부차원 중재 필요성 고조
   
▲ 나광호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공격적 투자와 마케팅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1위로 올라섰던 K-배터리가 한 계단 내려앉았다. 국내 업체들이 내적 갈등을 벌이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안 외국 업체들이 대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탓이다.

지난달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비중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8.5%로 2위를 기록했으며, 삼성SDI(4.8%)와 SK이노베이션(3.9%)은 각각 5·7위에 이름을 올렸다. 3사 모두 사용량이 늘어났음에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다.

반면, 중국 CATL은 점유율을 31.2%까지 끌어올리면서 한국산 배터리의 총합을 넘어섰다. BYD도 사용량을 전년 동월 대비 400% 가까이 확대한 덕분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으며, 특히 CALB의 경우 1087.1%라는 성장세를 시현하면서 6위로 '등업'했다.

중국계 업체들이 내수 뿐만 아니라 그간 국내 업체들이 활약했던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파나소닉이 테슬라 물량을 등에 업고 존재감을 유지하는 등 국내 업체들의 생존경쟁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넘게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고구려 말기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내분을 일으키다가 평양성이 함락당한 역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양사의 갈등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로 갈무리되나 싶었으나, SK이노베이션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번복을 요청하면서 연장전에 접어든 모양새다. ITC가 포드·폭스바겐(VW)에 공급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대해 유예 조치를 내리면서 백악관이 나설 명분이 약해졌으나, 미 대통령은 ITC의 최종결정이 나온 날로부터 60일의 심의기간 동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왼쪽)·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각 사


거부권이 발동되지 않을 경우 SK는 최근 수립한 신규 계획 등 3조원이 넘는 규모로 진행 중인 투자가 좌초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항소를 진행하더라도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이 풀리지 않는 까닭으로, 조지아주 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합의를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LG 입장에서도 향후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어 '대승적' 차원의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하게 주장한 데다가 정당한 권리를 피력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올 경우 배임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연으로 양사가 제시하는 합의금 규모가 2조원 가량 차이나는 지금으로서는 결국 정부 차원의 중재가 더욱 절실하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시그널을 보내고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화해를 촉구하는 정도로는 깊은 갈등의 골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종용보다는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제안하는 등 산업경쟁력 강화와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빌런 '타노스'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패배한 어벤져스의 모습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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