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충성 않는다"던 철저한 '검찰주의자'가 걸어온 길
권력 수사 앞장섰던 '강골'…검찰 수사권 지킨다며 직 던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당시 극찬했지만, 조국 사건 등 권력 수사를 지휘한 후 대립각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전 총장은 결국 직을 내려놓게 됐다.

윤 전 총장에게는 이제 선택만이 남아 있다. 앞으로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이 이제껏 걸어온 길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극과 극이다. 검찰 내에서는 '전형적인 칼잡이', '지독한 검찰주의자'라는 평가가 많지만 법조계 전체적으로는 윤 전 총장의 정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평이 중론이다.

다만 누구나 인정하는 한가지는 있다. 윤 전 총장이 걸어온 길은 줄곧 권력에 맞서왔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3월 4일 전격적으로 사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윤 전 총장은 지난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다. 교수였던 부모 슬하에서 활발하게 자랐고, 1979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재학 당시 1980년 5.18 광주 사태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검사로 나와 전두환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그는 모의재판 후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했다.

1991년 제 33회 사법시험에 합격 후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고 1994년 검사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윤 전 총장이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것은 1999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에 발령 받고서 최고 권력에 맞섰던 순간이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인 그는 6년차 검사로 경찰청 박희원 정보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맡았는데 정치적 외압을 엄청나게 받았다.

박 국장은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경찰의 실세로 꼽혔다. 박 국장은 당시 청와대 하명사건을 맡았던 사직동팀을 관리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거의 모든 정보를 좌우할 정도였다.

당시 치안감급 고위 경찰간부인 그의 구명을 위해 여권 실세들의 외압이 줄기찼지만, 윤 전 총장은 구속까지 이끌어냈다. 이는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경찰의 대대적인 반발까지 불러왔고 급기야는 검경 간 충돌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하던 윤 전 총장은 세간에 더욱 자신을 알리게 된다. 바로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직원을 체포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2013년 10월 21일 국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저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아 좌천되어 한직을 떠돌던 그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으로 활약했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검찰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었다.

2019년 7월에는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전임 총장인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5기수 후배로, 파격 인사였다. 앞서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이 그의 손을 거쳐 구속되기도 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비리에 대해 수사를 결정해서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계기가 됐고 2020년 내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보였따.

특히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부으로 검찰 힘빼기에 나서면서 조직의 존립이 위채롭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발동 등 여러가지 단계에서 검찰 해체 위기가 일어나는 과정을 견뎌냈다.

급기야는 수사지휘권 박탈에 징계 처분 청구 등 윤 전 총장의 거취를 위협하는 정권의 직접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2021년 2월 실질적인 검찰 해체나 마찬가지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시도가 일어나자, 자신의 직을 던지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을 빗대 "남은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수사와 기소를 현실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기 불가능한 실정인데, 이를 왜곡하고 검찰 해체나 다름 없는 조직에 대한 공격이 빗발치자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성격은 '강골'로 알려져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천직이 검사였던 사람이기도 하다.

향후 정치인의 길을 걸을 것이 유력하지만, 그가 어떤 정치인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정치의 개입에 항거하는 검찰총장, 조직의 존재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윤 전 총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