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초기 조선과 자동차에 도전한 정주영·정몽구
자동차산업 굴레 벗어나는 정의선 회장
산업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창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틀을 마련하고 현재의 한국경제 기반을 닦은 장본인 중 하나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그가 타계한 지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 패러다임전환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인터넷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고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자동차 역시 빠르게 변화해 전기로 움직이며 사람 없이도 주행이 가능한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기반을 만들어낸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20주기를 맞이해 그의 발자취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故(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신용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뚝심을 이어받은 정의선 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룹의 기본을 다지며 한국경제의 기틀을 마련한 현대차그룹이 미래먹거리를 위해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은 기존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핵심사업 자동차 제조업에서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변화를 진행중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CES2020에서 현대차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인 CES 2020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환을 선포했다. 지난 50여 년 동안 그룹의 근간이었던 자동차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를 확정했다. 여전히 다른 차 회사들이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이미 분야별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서 2019년에는 임직원과 함께한 타운홀 미팅을 통해 "미래 사업에는 자동차가 50%, 개인 비행체 30%, 로봇산업이 20%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자동차에서 벗어나 도심 항공 산업과 로봇 산업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미래차 기술 주도권을 쥔 상황에 굳이 생경한 분야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사업영역에서 뽑아낼 이익도 불확실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에 집중된 역량을 새로운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는 뚜렷하다. 이미 글로벌 주요 거점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실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계열사인 기아는 사명까지 바꾸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기업으로 전환을 천명했다.

이는 선대 회장들의 도전정신과 뚝심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내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미래목표로 삶고 강력하게 추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창업을 강조한 아산과는 다른부분이 있다. 

이는 시대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현재는 인수합병을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보다 빠르게 정상괘도에 오르기 위한 방법이다. 분위기가 변화한 것이다. 

이런 정의선 회장의 도전은 선대 회장들의 밑바닥부터 시작해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완성시킨 도전과 빠른속도로 경쟁자를 추격해온 현대차그룹의 고속성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지적했던 수소분야에서는 뚝심있게 밀어붙여 현재 글로벌 최고의 명성과 지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기술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보였다. 수소는 글로벌 선진국들이 미래먹거리로 지목하고 이제야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부터 발전시스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소기술로 글로벌시장에 수출을 하는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앞서 언급한 정의선 회장의 모빌리티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도 글로벌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친환경성이 강조된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에 대한 변화를 통해 패러다임전환에 돌입했다. 

하지만 새로운 이동시스템에 대한 큰그림을 통해 그룹을 전환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도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차원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속도를 올리고 있는 정의선 회장이다. 

   
▲ 대한민국 건국이후 최대의 외화를 벌어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현장을 방문한 (왼쪽 첫번째)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사진=아산정주영닷컴


특히 새로운 분야의 도전에 사비를 투자할 만큼의 과감한 행보는 선대회장들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총 11억 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했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다.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합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신 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세대들의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담겼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로봇 개발 역량 향상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사람이 필요했던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도록 해 보다 편안한 삶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이는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로 인류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현대차그룹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과감한 행보와 파격적인 도전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3세 경영인 정의선 회장은 이같은 선대 회장들의 기저를 발판삼아 다시금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아산에게는 건설과 조선, 자동차 산업 모두가 생경한 분야였다. 정의선 회장 앞에 놓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