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DJP·노무현-정몽준·박원순-안철수, 선거 변수된 단일화
당 다른 두사람이 연출한 또 한번의 정치 이벤트에 이목 집중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선거 국면에서 열세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 행위로 일컬어지는 단일화는 지난 1970년 이후 우리나라 정치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공통의 적을 이기기 위해 연대가 가능한 후보끼리 맺는 전략적 선택이다. 다만 역대 단일화 사례를 살펴보면 다른 정당 간의 단일화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건 쉽지 않았다. 

오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서로 다른 정당을 대표하지만 야권 승리, 정권 심판이라는 같은 꿈을 꾸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냈다.

23일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안철수 후보는 깨끗하게 승복했고 "힘껏 힘을 보태겠다"며 공동 선거운동 의지를 밝혔다.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초청 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국민의당 제공

한국 정치사에서 최초의 단일화는 1970년 김영삼(전 대통령)과 김대중(전 대통령)이 맞붙은 신민당 전당대회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저지하기 위해 두 후보 모두 대통령 후보 도전을 선언했고,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다. 김영삼은 김대중 후보를 위해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벌였다. 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이랬던 김영삼과 김대중은 1987년 단일화에 실패해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노태우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 정권의 연장을 초래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후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후보는 여당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소위 'DJP' 연합을 성사시켰다.

당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김종필 후보가 국무총리를 나눠 맡고 내각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며 성사됐다. 김 후보는 'DJP' 연합을 토대로, 이회창-이인제 등 여권 분열에 반사 이익을 받으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화를 이룬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각 정당 제공
이어진 2002년 16대 대선 또한 단일화의 대표적 사례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맞서기 위해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 후보를 냈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승리해 단일후보가 된 노무현 후보에 대해 대선 투표 하루 전날 정몽준 후보가 '지지 철회'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이에 대한 지지층의 위기의식 및 결집을 유도해 노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었다. 단일화 자체만을 놓고 보면 실패한 단일화 사례다.

공교롭게도 안 후보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의 단일화 첫 성공 사례의 주인공이다.

2011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다 사퇴한 후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안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는 등 유력한 후보였지만, 당시 보궐선거에 도전한 박원순 변호사와 17분 간의 대화 끝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양보했다.

'아름다운 양보'를 연출해 단일화 최대의 결과로 회자되는 당시 결단 이후 안 후보는 해외로 나가 정치권을 한동안 떠났었다.

   
▲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아름다운 양보를 이끌어 낸 당시 박원순 변호사와 안철수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어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범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다만 양측의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안철수 후보가 중도 사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양측의 앙금은 남아 갈등이 불거졌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안 후보를 향해 지원 유세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했고, 안 후보는 대선 당일 개표 결과를 보지 않고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이제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정당이 다른 후보 간의 단일화가 매끄럽게 잘 이뤄지고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많지 않다.

불복이 아니라 승복, 치열한 경쟁에서 아름다운 의기투합으로 한단계 더 나아가는 선거운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여당과 야당, 1 대 1 구도로 좁혀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