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인 AI 개발보다 인프라·서비스 투자 비중 높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미래차 전환’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우리 정부도 세계 최초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로, 그 토대를 마련키 위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을 발족시키고 약 2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하지만 일부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정도가 아닌 길로 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의 혈세'로 투자되는 이번 사업비가 ‘매몰 비용’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의 4개 부처는 한국자동차회관에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출범식을 갖고, ‘자율주행 레벨 4+’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오는 2027년까지 총 1조 974억 원이 투입되는 다부처 사업으로. 이미 지난 1월 15일 851억 원의 신규과제를 공고하고 사업 수행자 선정을 위한 평가를 진행 중에 있다.

산업부 등 4개 부처가 이끄는 이번 사업단의 추진 내용으로는 ▲차량융합 신기술 ▲ICT융합 신기술 ▲도로교통융합 신기술 ▲서비스창출 ▲생태계 구축 등 5대 분야를 중점 지원해, 자율주행 기술은 물론, 인프라와 사회서비스를 포함한 총괄적 연구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 자율주행자 기술 개념도./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원 과제분야에 대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인공지능(AI)을 필수 선결과제로 개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것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구글과 애플 같은 세계적인 IT 업체는 물론, BMW·벤츠·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 역시, ‘완전 자율주행차’를 목표로 상용화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IT의 미국, 자동차 제조 산업의 독일, 로봇기술의 일본 모두,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있어서 AI 중심의 개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번 정부의 혁신사업단 과제 내용에는 AI보다 통신, 도로 등의 인프라와 서비스에 치중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서 손꼽히는 자율주행 전문가인 심현철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의 자율주행 관련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AI 기술을 개발하자’라는 의견과, ‘AI 기술은 개발속도가 더디니 (자율주행에)임시적으로 쓸 기술을 만들자’라는 의견 중에,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 교수는 “아직 한국은 외국에 비해 AI 개발자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더딘 길이지만 정도를 가야지, '임시변통'으로의 편한 길은 곧 매몰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외국은 기술이 발전하면 정부 시책이 따라오는 데 반해, 한국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며 “정부가 로드맵을 제시하면 기업이 따라오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 연구에 정부 공무원이 얼마나 알겠냐”고 반문하면서 “정작 전문가들은 연구가 바빠 자문할 시간조차 없다. 결국, ‘자문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과제를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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