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증 발급 업무 잠정 중단
민간병원 수수료 천차만별에 15배까지 비싸
비영리법인도 도미노 인상...법정소지자 원성 높아져
코로나19 여파로 보건소의 보건증(건강진단결과서) 발급이 잠정 중단되자 일부 보건 비영리법인은 오히려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인상시켰다. 민간병원 수수료는 많게는 기존 보건소보다 15배 비싸다. '보건증 수수료 논란'의 피해는 생계를 위해 의무적으로 보건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식품업계 및 어린이집 종사자와 외식 아르바이트생들의 몫이다. 미디어펜은 보건증을 둘러싼 병원과 비영리법인들의 폭리 실태와 당국의 안이한 대처, 대안 등을 시리즈로 긴급 진단한다.<편집자주>

[보건증이 뭐길래]외식종사자 울리는 수수료 폭리..."병원은 보건소보다 15배 비싸고, 금액도 천차만별"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보건소의 보건증 발급 업무가 정지되자 알바생들과 최저가 보건증 수수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의원이 1만원으로 보건소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30대 자영업자 A씨)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보건소의 보건증 발급 업무가 중단되면서 법정 소지 의무가 있는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 

민간병원의 경우 보건증 발급 수수료가 보건소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비영리법인 조차 수수료를 잇달아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보건증을 갱신해야 하는 식품업계 및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 폭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 서울 시내 한 보건소 전경./사진=미디어펜


7일 보건업계와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대부분의 자치단체 보건소가 보건증 발급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보건소 업무가 과중되고 혹시나 있을 ‘보건소 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자치단체 보건소 내 코로나19 선별진료 검사로 인한 방사선 장비 사용으로 보건증 발급을 위해 시행하는 폐결핵 검사를 못하게 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많은 자치단체 보건소의 보건증 발급 업무가 중단되며 해당 보건소들에서는 인근 병원이나 협회 의원에서 보건증 발급 업무를 대신하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 보건소가 언제부터 보건증 발급 업무를 재개할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저렴한 수수료(3000원)와 접근성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주로 보건소를 이용해 보건증을 발급받거나 갱신했다. 일부는 '식품위생 분야 종사자의 건강진단 규칙'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종합병원·병원 또는 의원 등 의료기관을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병원의 경우 고가 수수료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병원의 보건증 발급 수수료는 1만5000원에서 4만6000원 사이로 보건소보다 최대 15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경기 수원시 보건소에서 보건증 발급 업무를 중단하며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민간병원의 보건증 수수료는 A병원 1만8000원, B병원 2만원, C병원 3만원 등 천차만별이고, D병원은 4만6000원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고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보건비영리법인 역시 수수료를 인상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병원의 수수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건비영리법인의 경우 보건증 발급 수요가 늘자 기다렸다는 듯 수수료를 인상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한국건강관리협회, 대한산업보건협회 등 보건비영리법인의 경우 보건증 발급 수수료가 민간병원보다 저렴해 보건소의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보건증 발급 업무 수요가 보건비영리법인으로 넘어가자 수수료를 대폭 인상시키는 보건 비영리법인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각 지회별로 보건증 발급 수수료가 △6000원→1만원 △7000원→1만원 △9000원→1만1000원 △5000원→7000원 △8000원→9000원 등으로 인상됐다. 최대 66% 넘게 뛴 셈이다.

민간병원 및 협회 지회별로 상이한 '고무줄' 수수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민간병원의 경우 1만5000원부터 4만원대까지, 협회 지회 별로는 7000원에서 11000원까지 수수료가 달라 소비자 사이에서는 수수료 책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병원과 보건비영리법인의 보건증 수수료가 천차만별인 이유는 이들 수수료가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수료 책정을 각 병원이나 지회 재량에 맡길 뿐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처 등 국가기관이나 협회 등은 관리‧감독 책임이 없는 실정이다.

‘식품위생 분야 종사자의 건강진단 규칙’ 제5조에 따르면 '보건소에서 건강진단을 받으려는 사람은 수수료 3000원을 내야 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민간병원이나 보건비영리법인의 보건증 발급 수수료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 서울 시내 한 인구보건복지협회 지회./사진=미디어펜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일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19 대응으로 보건증 발급이 중단된 경우 보건소와 민간 의료기관 간 수수료 차액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개정해 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연간 3만5000명의 영업주와 종사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지역 경제에 보탬에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자치단체에서는 보건증 비용 지원 등 방안이 아직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보건소의 보건증 발급 업무가 언제 재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대다수의 식품업계 및 유치원 종사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인상한 한 보건비영리법인 지회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검사 등은 없다"며 "건강 검진 단가도 오르고 인터넷 발급도 가능하도록 개선이 됐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