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페이스북 통해 "180석 준 분과 회초리 든 국민 다르지 않아""
[미디어펜=박민규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지도부 총사퇴를 가져온 초유의 선거 참패의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통렬하고 실질적인 반성과 향후 정국에 대한 대안 제시가 나와 눈길을 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8일 4·7 재보궐선거의 패배와 관련해 "보궐선거의 귀책사유를 제공한 우리 당이 후보를 내는 그 순간부터 오늘의 참패는 예견돼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가장 아파할 일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진정성을 들어 직설적인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를 통해 심판받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당헌까지 바꿔가며 선거에 뛰어든 그 순간, 국민과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던 것"이라며 "모든 책임이 지도부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적었다. 

   
▲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미디어펜
이어 "야당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낫지 않느냐, 하는 오만함, 스스로 한 약속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은 거대여당의 후안무치로 비쳐졌을 것"이라면서 "불리한 정치 상황 타개를 빌미로, 원칙을 허물어뜨리는 우를 범하는데도 그저 방관만 해왔던 저를 비롯한 모든 여당 의원들이 함께 져야 할 책임"이라고 자성했다. 

그는 "아무리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와 상식을 벗어나는 결정은 해서는 안 된다"며 "허물어뜨린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폐기해버린 당헌은 이제라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공당의 책임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만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당 차원 기구를 만들자"고 향후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진영 정치'의 틀을 넘어 당 안팎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들의 의견을 바로바로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청년을 비롯해 우리 정치권에서 마땅히 대변해줄 세력이 없는 계층의 정치 소외현상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제안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 당헌을 바꿔가며 후보를 낸 것에 대한 잘못을 지적한 김영호 의원의 페북 글./사진=김영호 페이스북 캅쳐

그러면서 "180석의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준 분들과 하루아침에 매서운 회초리를 든 국민들이 실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며 "깊은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거쳐 다시 혁신의 길로 나아가겠다.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검찰개혁 등 촛불 민심은 더욱 힘 있게 추진하고, 부동산 정책 등 민생 개혁에는 선의의 정책에 따른 부작용과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을 고려해 보다 촘촘하고 세심하게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이런 반성과 대안 제시의 목소리에 대해 진보 진영의 한 인사는 "김 의원의 이런 자기 반성은 통렬하면서도 실질적"이라며 "하지만 분명 이런 목소리가 불편한 당내 인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하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 탓, 청년층의 민심이반 탓, 언론 탓만하며 엉뚱한데서 이번 선거 패배의 원인을 찾으려는 이들은 더 현실적이고 뼈 아픈 뒤돌아봄이 있어야 하는데, 김 의원은 감히 지적하기 어려운 부분을 뼈 때리는 마음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민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