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한 분 한 분 만나 설득하겠다" 시정 협치 강조
'1년내 성과' 시의회·구청장 설득…기존 인사 재신임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서울시의 부동산 공급 대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측이 가장 공 들였던 1호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기 1년 2개월인 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가는 하나로 모아진다. 바로 고립무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시정을 조율할 서울시의회(109명 중 101명)와 일선 자치구청장(25명 중 24명)까지 집권여당 일색이다.

오세훈 시장은 후보 당시 유세 중에도 이와 관련해 "규제에 막혀있는 지역 시의원 한분 한분을 만나 설득하겠다"며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시의회와 각 구청장이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게 오 시장 입장이다. 실제로 오 시장 대부분의 공약이 사업기간 5년은 소요된다.

   
▲ 9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 종합대책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변수는 여러 단계로 나뉜다. 사안별로 보자면 용적률 완화는 시의회 소관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완화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174석을 점유하고 있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다.

새 서울시장 당선으로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부각되는 가운데, 민간이냐 공공이냐 또는 재건축이냐 재개발이냐 등 세부 사업방식 선택에 있어서는 '주민 동의'가 관건이다.

시 내부적으로는 오 시장의 수족이 될 주택 관련부서와 SH공사의 조직 개편(인사)이 변수인데, 이 또한 시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조직 개편을 위해선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시의회에서 개정안을 부결하면 첫 관문부터 가로막힌다.

시의회는 8일 오 시장과의 상견례에서 "대대적 조직 개편을 하다 보면 진행 중인 사업이 흔들리거나 조직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뼈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비사업의 경우 인허가권을 구청장이 쥐고 있다. 시장이 개별 정비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구청장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전진단 또한 구청장이 주관한다. 지역주민이 요청하면 구청장이 진단업체를 지정한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안전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면 구청장이 이를 서울시에 보내고, 서울시가 타기관에 위탁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구조다. 타당성 검토는 국토교통부 통제를 받는다. 가령 구청장이 안전진단 안건을 올리지 않았는데 서울시가 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시의회 관계자는 9일 본보 취재에 "현재 오 시장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얘기는 별로 없다"며 "이제 시정 이틀 차다. 업무 파악 후 현재 시장으로서 본인이 당장 할 수 있는 업무와 시의회 및 구청장의 협조가 필수적인 사안을 구분하고 하나하나 컨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시장과 시의회 싸움 붙일려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며 "내년 지방선거까진 1년도 채 안 남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뭘 벌이고 마무리 짓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내년 재선을 위해 각 시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함께 협치할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바뀌긴 했지만 시의회가 거의 민주당이고 시예산 또한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진행된다"며 "자치구부터 민주당 일색인데 오 시장이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선 자유롭진 못하다"고 덧붙였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시청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오 시장이 예전에 시장을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고 낙관적으로 보았다.

그는 "뭘 아니깐 어떻게든 조율을 하지 않을까"라며 "아예 처음 오는 분이면 어렵겠지만 실제로 해봤기 때문에 조율방법이라든가 시의회와 구청장 협의 사항에 대해 대안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다만 오 시장의 주택 관련 인사 개편에 대해 그는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재신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박원순 시장은 도시재생 분야에 주력했다. 시공무원 블라인드 게시판 여론을 살펴보면 그쪽 분야나 온갖 위원회 등 눈에 보이는 인사는 바꿀 것으로 다들 보고 있다. 갈아치울거냐 본인이 스스로 나가게끔 만들거냐는 또 다른 얘기"라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장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주택공급의 손과 발이 될 인사 조직개편에서부터 정비사업, 안전진단, 온갖 규제 완화까지.

오 시장이 누구에게 손을 내밀고 시의회와 어떤 협치를 펼지 기대된다. 시의원이나 시장이나 임기는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이맘 때까지 시민들에게 어떤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주택공급에 관여해온 기존 인사를 재신임하는 묘수 또한 발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