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지배 강화 역할로의 ESG 이용 우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범세계적으로 기업경영 및 경제가치의 화두가 되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K-ESG 지표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의 기업 지배 강화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기업들을 대상으로 ‘K-ESG 지표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들의 가이드라인이 될 ESG 지표 초안을 공개했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K-ESG 분양별 대표 문항./자료=산업부 제공


산업부는 지난달 31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ESG 표준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신력 있는 ESG 평가 필요성에 대한 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부터 한국생산성본부 및 전문가 등과 함께 ‘산업발전법’에 근거한 ESG 지표를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외 600여 개의 평가지표가 운용되는 등 평가기관이 난립하고 있어, 평가대상인 기업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평가기관마다 세부항목·내용이 달라, 동일한 기업에 대해 상이한 평가가 발생함에 따라, 기업의 ESG 경영 확산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특히 해외 ESG 지표는 우리나라의 경영환경 및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국내기업에 역차별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상황에 적합한 ESG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현재 다양한 ESG 평가 관련 다양한 지표가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K-ESG 지표가 시장의 혼란을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실효성 있는 지표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표가 해외의 유수 평가지표와 상호 인정돼 널리 활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K-ESG 지표 초안 공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강성진 고려대교수가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ESG경영과 한국금융의 미래' 포럼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진정한 ESG 경영으로 변화해 나가려면, 주주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벗아나, 글로벌시장에서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한국형’을 버리고, 평가지표의 세계표준화(Global Standard)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부가 K-ESG 지표 초안을 발표한 대한상의에서, 같은 날 미디어펜이 개최한 ‘ESG 경영과 한국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한 포럼의 기조강연에서 나온 말이다.  

강 교수는 국내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SK그룹을 예로 들며, “SK 자신이 직접 ESG적 운영을 하는 것뿐만이 아닌, 협력기업들과 중소기업 및 공장들이 ESG 경영을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 진정한 ESG 경영”이라고 언급하면서 “SK가 친환경적, 사회적, 선진지배구조 경영을 해도, 협력업체의 공장들이 그렇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남녀 모두 3개월 간 유급 출산휴가를 제공하는 업체와만 계약하고, 구글이 인류가 직면한 난제해결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 애플의 글로벌 수자원 보호 협약 가입 등의 해외 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결국, 보다 넓은 시각으로 ESG 방향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ESG 기준의 투자 전략이 장기 산업발전으로 연계되기 위해, 한국형을 뜻하는 ‘K'를 버리고 글로벌 스탠다드 지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강 교수는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설정한 ESG 지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표에 비해 지배구조를 더 많이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ESG라는 이름으로 국민연금, 더 나아가 정부가 기업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가 기업에 도움을 줘야지, ESG가 규제로 기능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ESG 지표 초안에 대한 관계부처 및 관련업계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및 보완작업을 통해, 올해 하반기 내 최종적인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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