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탄핵 부정론’ 이어 오세훈·박형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 건의
당대표 주요 후보군 다수 영남권, 지지층 표심 위해 우클릭 가속화 될수도
초선 의원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 제기 “사면론은 현재 민생과 맞지 않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김종인 체제’에서 중도를 향해 좌클릭 했던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우클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사과로 넘었던 ‘탄핵의 강’이었지만 최근 당내에서 사면론이 목소리를 키우는 동시에 탄핵 부정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국민의힘의 우클릭이 더욱 가속화될 경우 4·7 재보궐선거에서 어렵게 확보한 2030 세대가 다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탄핵 부정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촉구했다.

하루 뒤에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사면을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도 “국민 공감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였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국민의힘의 보수 색채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에서 당원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지지층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강성 지지층은 대체로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을 확보하려면 사면론에 불을 붙이는 게 필수적이란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탄핵 부정론’은 즉각 진화했지만, 사면론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1일 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 생활하는 데 관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사면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연초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사면을 건의하지 않았느냐"며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 권한대행을 비롯해 조경태·윤영석 의원 등 당대표 주요 후보군 대다수가 주요 지지층은 영남권에 정치적 기반을 둔 점을 고려할 때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이같은 우향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의석수의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당의 우클릭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낸 김웅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사면론은 현재 국민들의 어려움이나 민생과는 잘 맞지 않는다”며 “산적한 현안이 너무나 많은데 사면론을 꺼낸다는 건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민생 같은 부분들과 잘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의원도 지난 21일 탄핵 부정론을 꺼내든 서 의원을 향해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물러난 것은 역사와 국민에게 큰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청년 비대위원인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비대위원회의에서 사면론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지 고작 5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이러니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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