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원 중심 사무직 노조 설립 이어질 전망
새롭게 커지는 노조리스크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성과급 문제를 계기로 노동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한 MZ세대 사무직 노동조합 결성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들 노조는 기존 생산직 중심 노조는 40~50대의 의견이 지배적이어 사무직의 입장과 처우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새노조를 결성하고 있다. 노동운동이나 투쟁과는 거리가 멀었던 MZ세대의 행보가 화이트칼라 집단 권익 찾기 문제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SK하이닉스, LG트윈타워,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미디어펜DB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사무·연구직 노조)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사무·연구직 만으로 구성된 노조가 탄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생산직 중심으로 된 급여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위원장은 1993년생인 현대케피코 소속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연구직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 수는 500여명으로 대다수 20~30대 젊은 층이다.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4500여명이 모여 있다. 현대차부터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소속 직원도 다양하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집행부는 먼저 산별노조를 설립한다. 규모가 커지면 지부 설립 등을 통해 조직형태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육체 노동에 못지 않게 지식 노동도 정당한 노력에 따라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요구했다.

통상 노동청은 신고서 접수로부터 3일 이내 설립 필증을 교부하고 있다. 이에 늦어도 오는 29일경에는 사무·연구직 노조가 공식 출범하고 노조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생산직 노조에 시달려왔던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노조가 추가되면 노사간의 갈등에 이어 양측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한 노조 리스크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 중심의 사무직은 파업이나 투쟁 등의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기존 노조와의 갈등은 이미 예견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현대차그룹 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두달간 LG전자와 한글과컴퓨터, 웹젠에서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고, 금호타이어에서도 사무직 노조가 지난 2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증을 제출했다. 

이 밖에도 추가적으로 다양한 기업들에서 사무직 노조의 조성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가운데 LG전자, 금호타이어, 현대차 등 3개 기업은 이미 양대 노총 산하에 생산직 중심 노조가 있다. 하지만, MZ세대 사무직들이 별도로 기업노조를 꾸리는 한편 상급 단체에도 접점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양대 노총 산하의 생산직 중심 노조가 사무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데 실패했고 이 같은 문제가 계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별도로 교섭창구를 마련해 사무직의 요구가 반영된 임단협을 체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중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내년 임단협 개별교섭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에 대한 결론이 오는 30일 나온다. 분리신청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사무직 노조는 기존 생산직 노조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회사는 1년에 2건의 임단협을 진행해야하고 양측의 합의안에 차이를 보이면 사무직 노조와 기존 노조와의 갈등이 커지며 내분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 교섭단위 분리 '인용' 판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높지만 판결이 나오기까지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LG전자의 판례가 앞으로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알려진 타 기업들의 MZ세대 노조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업계의 경우 매년 발생하는 임단협 문제와 회사내부의 노조간의 갈등과 노조 조합원들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새로운 교섭단체가 등장하면 기존의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MZ세대의 노조가 공정을 중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성과급 문제가 불거지며 발생하게 됐기 때문에 고임금·저효율문제가 해결되기 보다 더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를 계기로 현재의 대기업들의 구시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에 속도를 낼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존 사무직의 수평적인 경직된 문화를 거부하는 MZ세대의 성향 때문이다.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자신들이 낸 성과만큼의 보상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게 MZ세대다. 

이를 위해 인사관리 제도 개선과 공정한 평가체계, 투명한 보상시스템 등을 요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와 산업계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변화시키고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기업에 사무직 노조 설립이 이어지면서 복수 노조 등장에 따른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복수 노조 설립이 새로운 노사관계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1969년 설립 후 50년 넘게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에는 최근 들어 총 4개의 노조가 들어섰다. 2018년 3개의 소규모 노조가 들어섰고 2019년 네 번째 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으로 설립됐다. 이런 흐름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노조 설립으로도 번진 상황이다.

LG전자 역시 기존 한국노총 소속의 생산직 노조에 더해 2018년 민주노총 소속으로 서비스센터 노조가 생겼다. 올해 들어서는 사무직 노조까지 들어서며 교섭권을 둘러싼 회사와 각 노조 간 눈치싸움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는 실제 기업에서 60%를 차지하고 현장 노동보다는 사무직이 더 많고 디지털화, 코로나19 등 산업 환경도 변하고 있어 MZ세대에 맞춘 노사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26일 새로 출범한 현대차 사무직 노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보면 하나의 추세로도 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일본의 경우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슬기롭게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세대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추가적인 단체의 형성은 기업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매해 진통을 겪고 있는 산업계 전방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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