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채비율 438.9%…전년 대비 높아질 전망
보유 여객기 수, 진에어 등 3사 대비 떨어져
경쟁사들, 신기재 도입 경쟁…김이배 "소형기 전략 유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사 주력 기종에 대한 운항 중단 조치가 내려지고 이달 중순 경 수백억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가 하면 경쟁사들은 중대형기를 도입하거나 통합을 목전에 두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달 중순 경 1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영업적자 6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전망치만 따지면 지난해 1분기 영업적자 657억원과 진배 없어보인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 부채비율은 438.9%였으나 이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LCC들도 마찬가지지만 무착륙 관광비행 사업은 국제선 운항이 기미 조차 보이지 않음에 따라 수익 창출과 거리가 있다. 국내선의 경우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어 역시나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실례로 제주항공 또한 김포·군산·청주·부산·대구-제주 간 항공권을 9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 제주항공 B737-800 여객기./사진=제주항공 제공
시간은 다소 소요되겠으나 진에어 중심의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3사 통합도 계획이 돼 있어 규모의 경제 면에서도 제주항공이 밀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8일 이날 기준 제주항공 여객기는 45대, 3사는 △진에어 24대 △에어부산 24대 △에어서울 6대 등 도합 5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웨이항공과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운항과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A330·B787 등 중대형기를 도입한다고 속속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다.

반면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달 28일 "LCC 사업 모델은 단일 기종으로 단거리 노선에 집중해 효율성과 저비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중대형 기재 도입 대신 당분간 소형기로만 운항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그 전까지는 연료 효율성·운항 거리면에서 성능이 강화된 차세대 협동체인 맥스 기종 도입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구상은 현 시점에서는 다소 어그러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전기 시스템 상의 문제를 이유로 보잉 B737 맥스 기종 109대에 시정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엔진 냉각 방지·조종실 내 중요 기능 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시정 조치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제주항공의 신 기재 도입 계획은 미뤄질 수 밖에 없고, 자칫 항공 시장 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장거리 기재 도입은 단일 기종과 단거리 운항이라는 LCC의 사업모델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장거리 기재 도입에 따른 비효율과 복잡성 비용(complexity cost)를 충분히 기존 사업으로 감당할 수 있을 때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B737 맥스 도입은 안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것을 전제하는 것으로 현재 논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LCC계 왕좌에 있던 제주항공은 종전까지는 선방했으나 진에어와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양새"라며 "회사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제주항공의 장점은 유통업을 모기업으로 둬 현금 동원 능력이 좋다는 것"이라며 "항공기 리스 비용이 많이 떨어진 현재 맥스 기종이 아닌 여타 여객기를 들여오면 시장 내 입지 축소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측은 "3사 통합 LCC의 출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코로나19에 따른 고객들의 항공이용 행태도 변화할 것이므로 당사는 변화된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해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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