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초선 모임에서 '최소 1명 이상 낙마' 불가피 주장
‘임·박·노’ 거취 문제, 송영길호 당청관계의 첫 시험대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그리고 노형욱 국토교퉁부 장관 후보자 등 이른바 ‘임·박·노’ 3인을 두고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와 당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송영길호’ 체제에서의 당청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들을 두둔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도 오는 14일까지 비교적 짧게 정하면서 임명 강행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도 멈칫하는 듯했다. 하지만 당내 초선의원 모임에서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1명 이상 낙마는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지난 12일 당 지도부에 부적격 논란이 제기된 장관 후보자 3인 중 최소 1명에 대한 부적격 제안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대통령 4주년 기자간담회를 시청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엄격한 잣대를 존중해서 우리당 지도부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최소한 1명이라도 부적격 제안을 강력히 청와대에 권고할 것을 더민초 이름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어쨌든 청와대와 민주당이 3인의 거취를 두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사이 초선 의원들이 선제적으로 '최소 1명 이상 낙마'라는 해법을 제시한 셈이 된 것이다.

실제 이날 더민초 화상 전체회의에서도 “후보자 개개인의 잘잘못이라기보단 그동안 민주당에 대해 쌓인 평가를 고려해 국민 눈높이에 맞출 필요성이 있다”며 청와대의 인사 실패보단 여론 추이에 초점을 맞추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초선 의원들의 1명 이상 낙마 요구를 청와대에 전달키로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경기평택항만공사에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초선 의원들의 의견이니 당 지도부가 그런 의견도 잘 받아 수렴해서 야당과 협상하고 대화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청와대에 여러 집약된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임·박·노’ 장관 후보자 3인의 거취 문제가 당청 관계의 첫 시험대로 꼽히는 만큼, 지도부는 최대한 신중하게 여론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가 취임 후 당 중심의 당청관계 재정립을 공언한 만큼 ‘임·박·노’를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의 낙마 요구로 가속화할 레임덕이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당내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집권 마지막 해에도 여전히 3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로서도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당이 앞장서서 대통령을 흔드는 행위는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청와대의 지명철회 대신 여야 간 협의 결과나 여론의 추이에 따라 일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이를 계기로 임기 후반 당청 갈등이 불거지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시간을 끌고 갈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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