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차원의 신성장 동력 역할 할 중고차시장 양성화
소비자 권익 보호위해 혼탁한 중고차시장 각성 필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과 같이 대기업들의 진출해 빠르게 양성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고차 시장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망사고 피해사례가 발생한 것과 함께 여전히 음성화된 중고차 시장의 모습 때문이다. 이에 신차시장의 2배 규모를 보이는 해외의 선진화된 중고차시장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대기업들의 체계화된 시스템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사진=미디어펜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허위 매물을 미끼로 중고차를 강매당한 충격으로 운명을 달리한 한 소비자의 사례가 보고됐다. 경찰은 이 만행을 저지른 중고차 딜러를 구속하고 관련자들을 불구속입건했다. 

선진화된 중고차시장에서는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며 현재 정체된 중고차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빠른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의 경우 혼탁한 것은 기존 매매업체들에게만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는 폐쇄적인 시장구조 때문이며, 중고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소비자의 선택권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 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자동차 최대시장인 미국과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투명하고 선진화된 중고차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약하고 있고 더 커지기 위한 조짐을 보이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교통통계국(BTS),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의 통계에 따르면 해당국의 중고차시장 규모는 각각 연간 4000여만대와 700여만대에 달한다. 이는 신차시장의 약 2배가 넘는규모다. 이를 통해 미국과 독일 등은 다양한 관련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첨단 산업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중고차 시장은 우리나라처럼 단순 매매업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에서 중고차시장이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완성차업체 등이 시장에 참여해 중고차의 품질과 서비스를 신차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완성차업체 들의 엄격한 품질관리가 타업체로도 확산되는 등 시장 전체적인 신뢰를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완성차 브랜드가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과 브랜드 관리를 위해 품질 수준이 높은 중고차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의 신차 판매대수는 1706만대로 4년 전인 2015년 1747만대 대비 2.4%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중고차 판매대수는 3725만대에서 4081만대로 9.5%가 증가했다. 

연간 판매금액 면에서도 중고차시장은 지난해 8406억 달러에 달해 신차 시장 6365억 달러 대비 무려 2041억 달러가 많아 신차의 파생시장이 아닌 자동차산업의 핵심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중고차 시장이 비교적 높은 고객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완성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를 중심으로 중고차에 대한 엄격한 성능점검과 품질보증이 확산된 영향이 컷다.

이와 함께 고객들이 중고차 이력과 시세, 잔존가치 등의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대형 중고차 딜러들의 정찰제 도입 등도 시장 신뢰 향상에 기여했다.

또한 미국의 중고차 판매업체들은 연식과 주행거리, 품질, 재상품화 수준, 서비스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상품을 취급하는 등의 역할 분담을 통해 상호 공존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자신의 구매력과 취향에 맞는 판매채널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시장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미국 중고차시장은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는 완성차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는 독립 딜러 및 온라인 판매업체 △중고차 대량 매각 알선업체(리마케터) △중고차 매매 알선업체(브로커) △중고차 경매장에 이르기까지 판매 채널이 상당히 다양하다. 

더불어 △중고차 이력 및 상태 정보 제공업체 △중고차 잔존가치 및 시세 정보 제공업체 △중고차 재고 및 고객 관리 등 통합 솔루션업체 △중고차 시험·인증 전문기관 등 관련 비즈니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완성차 브랜드(수입차 브랜드 포함)가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 전시장을 가면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구매할 수 있다.

이들 완성차 브랜드들은 신차와 함께 보통 5~6년 안팎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완성차업체의 기술력을 활용해 100~200여 항목의 정밀 성능 점검과 수리를 거쳐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해 판매하는데, 이 차량들을 CPO(Certified Pre-Owned, 인증 중고차)라고 부른다.

이처럼 완성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CPO)는 일반적인 중고차보다 품질과 서비스 수준이 높기 때문에 중고차 구매의 리스크와 스트레스를 줄이고(Peace of Mind) 신차급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완성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CPO)가 차지하는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영향으로 엄격한 성능점검과 품질보증은 다른 중고차 유통 및 판매딜러로 확산돼 중고차 품질 수준과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고차 시장은 완성차업체 인증 중고차와 같은 고품질의 중고차와 공신력 높은 중고차 정보 제공업체, 정찰제 등이 활성화돼 있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는 시장 시스템과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동시에 다양한 규모의 중고차 판매업체들이 각자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도 중고차시장이 활성화 돼 있다. 지난해 독일의 중고차 거래대수는 719만5437대로 신차(360만7258대)시장의 2배 수준을 기록했고 평균적으로 신차 시장의 2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자료사이트 스태디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중고차시장 전체 매출규모는 897억3000 유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독일 중고차시장에서 완성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5~6%)보다 높은 16~17% 수준으로 판매량이 비교적 큰 편이다. 

독일에서 중고차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차량 상태가 우수한 중고차가 대량으로 지속 공급될 수 있는 시장환경과 함께 완성차업체의 철저한 성능점검과 보증기간 확대 등이 타업체로도 확산돼 시장 신뢰를 높인 영향이 큰 것이라는 분석이다.

완성차 브랜드들은 상태가 우수한 중고차를 대상으로 엄격한 성능점검을 실시하고 최대 2~3년까지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브랜드까지 붙여 판매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시장내 공간을 분리해서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거나 대형 판매점의 경우 신차 판매를 위한 건물 외에 별도 건물에 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독일은 자동차의 원조 나라인 만큼 전통적으로 △'TÜV SÜD(티유브이 슈드, 1866년 설립)'와 'DEKRA(데크라, 1925년 설립)' 등과 같은 차량 평가 및 검사·인증기관과 △'Schwacke(슈바케)'와 같은 잔존가치 평가업체들이 상당히 발달돼 있다. 

또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차량 상태 점검 △중고차 재고 관리 등의 IT솔루션 및 데이터 분석, △신차급 중고차를 사용하는 구독형 서비스 △완성차업체의 온라인 거래 플랫폼 등 첨단 혁신 산업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최대 완성차 브랜드 토요타도 중고차사업에 진출해 있다. 토요타의 차별화된 전략은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지 않았던 시장에 전산시스템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특성상 외관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보인 것.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도입한 토요타는 현재완성하게 활용되는 온라인 쇼핑형태의 중고차시장을 만들고 품질보증을 해가며 해당시장의 양성화에 일조했고 중요한 사업분야로 안착시켰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완성차 브랜드들이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취급하는데 만약 상태가 불량인 중고차를 판매할 경우 신차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고차의 품질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중고차판매업이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업체 등의 국내 대기업은 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없었다.

중고차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초 일몰됐지만 이를 대체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돼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하고 있으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은 중고차판매업에 새로 진입할 수 없다.

단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에 앞서 지난해 11월 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의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일부 기준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 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다.

동반위가 현재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심의한 업종 중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판매업이 유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의 경우 인증중고차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 완성차의 시장진출 제한은 역차별이다"며 "더욱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사례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빠른 제도개선관 시스템 전환으로 선진화된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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