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방탄용 총장' vs '검수완박 신중'…정치적 중립 담보할 의지 '물음표'
박범계, 직접수사 부서 통폐합해 '권력 수사' 제한…검찰 "힘빼기" 반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6일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바로 '정치적 중립' 문제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김오수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을 24일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게 '정치적 중립'에 대한 질문을 내놓았다.

김 후보자는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당시 잇달아 법무부 차관을 지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더불어 '친문' 핵심 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에 김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외압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방파제와 바람막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당시 큰 논란이 일었던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에 대해 김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신중하게 납작 엎드린 모양새를 연출했다.

김 후보자는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깊은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국가의 반부패 대응 역량도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해 검수완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58·사법연수원 20기)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 우측). /사진=(좌)법무부, (우)더불어민주당 제공
법조계는 반신반의가 아니라 대부분 김 후보자의 답변을 믿기 힘들다는 평이 많다. 그간 김 후보자가 걸어온 길과 실제 행동을 돌이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든 누구든 권력 비리를 똑바로 다룰 인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답변서에서 검수완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어도 이는 답변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는 '정권 방탄용 총장'으로 그 소임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강행하고 있는 직접수사부서 통폐합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 많다.

법무부가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내 의견수렴에 나선 이번 조직개편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겨진 6대 범죄 수사를 반부패강력부에서만 전담한다는게 핵심이다.

기존 직접수사 부서를 3개에서 2개로 축소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일선 지방검찰청 강력부를 반부패부와 통합해 반부패강력부로 재편하면서, 지방검찰청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려면 사전에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이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대전지검의 '월성 원자력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이나 수원지검의 '불법 출국금지 외압' 사건 등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 자체를 완전히 틀어막을 수 있게 된다.

일선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25일 본보 취재에 "검찰개혁 명분을 계속 외쳐온 문정권이 이토록 검수완박에 나선 것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스스로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다는 얘기가 많다"며 "검사는 일개 공무원이다. 인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조직개편안을 통해 이미 박범계가 검사로부터 칼을 빼앗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김오수 총장이 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김오수 총장 후보자는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피의자"라며 "정권이 마지막으로 내세운 검찰총장 후보자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피의자라니, 인사권자나 당사자의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지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사가 6대범죄 수사를 개시하는데 총장 허락 받고 법무장관 허락을 받고 하라는건 형사소송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정치적 의도"라며 "검사는 단독관청으로서 수사와 공소 제기를 할 수 있고 그것이 검사 독립, 정치적 중립의 요체다. 문정권은 지금 이를 완전히 빼앗고 검사들을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형사소송법 196조에 따르면,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며 "할 수 있다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 사항이다. 박범계는 지금 이러한 법 조항을 배제하고 검사들로부터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김오수 후보자가 총장이 될텐데, 이제 10개월 채 남지 않은 정권의 '권력형 비리' 사건을 공정하게 다룰지 의문"이라며 "이번과 같은 조직 개편안이면 수사 개시 자체를 하지 않아 드러날 사건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공정히 이뤄지도록 지휘하겠다는 말은 정치적 수사(말의 기술)에 불과하다. 수사 개시 자체가 안되면 사건 수사를 지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앞선 답변서에서 "제가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26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공무를 수행했다"고 항변했다.

김 후보자가 26일 열릴 청문회에서 각종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현재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피의자이기도 하다. 향후 검찰총장으로서 자신의 이해충돌 사안이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공정한 수사 지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