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구석에 밀려 있어도 지워지지 않는 앨범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오랫동안 많은 분들의 플레이 리스트에 자리하면 좋겠어요. 언제 꺼내 들어도 반가운, 공감과 울림이 되는 앨범이었으면 해요."

정승환은 최근 서울 강남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미디어펜과 만나 "새 EP '다섯 마디'에는 따뜻함과 쓸쓸함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봄, 여름이 마냥 밝고 따스한 계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쓸쓸하고 외로워질 수 있죠. 하지만 그 감성을 집요하게 노린 건 아니에요. 계절과 상관없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노래 속에 담았어요."

   
▲ 사진=안테나뮤직 제공


앨범에는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시간'을 비롯해 '그런 사람', '그대가 있다면', '봄을 지나며', '러브레터' 등 다섯 개의 곡이 담겼다. 모두 서로 다른 사랑의 서사를 그린다. 그래서 앨범명도 '다섯 마디'다. 

그는 "음악이란 건 하지 못했던 한 마디 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앨범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여 한 곡이 되고, 그 곡들이 모여 다섯 마디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러브레터'는 아이유의 곡으로 주목 받는다. 이 곡은 기타와 피아노, 스트링 사운드가 어우러진 미니멀한 편곡이 특징이다. 뮤지션 곽진언이 기타 연주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정승환은 "아이유 선배의 곡이 제 앨범에 실릴 줄 몰랐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러브레터'는 아이유 선배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미발매곡을 부르는 코너에 나와 부른 곡"이라면서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아서 제가 혼자 커버를 해 SNS에 올렸다. 언젠가 아이유 선배의 앨범에 실릴 줄 알았는데 제 앨범에 실리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안테나 수장 유희열의 공이 컸다. 정승환은 "유희열 선배가 제 커버곡을 듣고 저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후 아이유 선배가 '승환 씨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럴 수만 있다면 너무 좋다'고 답했다. 그렇게 성사됐다"고 회상했다. 

곽진언의 기타는 곡의 완성도에 정점을 찍었다. 정승환은 "'러브레터'를 제 앨범에 넣기로 한 뒤 생각해보니 기타가 중요한 곡이더라. 어떻게 보면 제 목소리보다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타에서도 사람이 들려요. 이 곡은 진언이 형의 정서랑 맞는 것 같았어요. 보통 기타 녹음은 30분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특별한 케이스이다 보니 세 번 정도, 스튜디오에서 몇 시간씩 (녹음)했어요. 예전 선배들이 한 포크 음악 사운드를 내고 싶어서 유독 심혈을 많이 기울였어요. 흔쾌히 도와준 형에게 고마워요."

   
▲ 사진=안테나뮤직 제공


앨범의 총 작업 기간은 약 5개월. 실물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기간은 2년여 걸렸다. 그 사이 여러 싱글을 발표했고, 공연도 했다. 짧고도 긴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앨범인 만큼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도 많다. 

정승환은 앨범 만족도에 대해 "100%까진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했다. 그는 "발라드는 자칫 흔하고 뻔해질 수 있는 장르이다 보니, 그걸 어떻게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번 앨범은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새로운 음악 장르에 대한 도전도 멈추지 않겠지만 제 음악적 색깔, 제 영역에서 조금 더 확실하게 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발라드 세손'이란 수식어로 활동한 지 5년째.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가 정승환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제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는 많이 달라졌어요. 그땐 노래를 좋아하고, 부를 줄만 알았다면 지금은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세상에 어떻게 나오는지 알게 됐어요. 몰랐던 걸 알게 되면서 제가 가진 결점도 보완하게 됐죠.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듣는 분들이 결정할 일인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제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거든요.(웃음)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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