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수요 현실·대출규제 장벽·임대차 3법 모순 외면해 우려
국민의 '내 집 마련' 의지, 계곡불법시설 정비와 엄연히 달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공언했지만, 갈 길이 멀다.

이재명 지사는 1일 공식 출마 선언 및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부동산 정책 복안을 자세히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지사는 전날 출마 선언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계곡 불법시설을 완전히 정비한 것처럼, 실거주 주택을 더 보호하면서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 제한을 강화하겠다"며 "적정한 분양주택 공급 및 충분한 기본주택 공급으로 더 이상 집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튿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문제는 수요"라며 "기업 업무에 필요한 땅, 사람의 직접적인 주거 외에 다른 부동산을 갖고 있을 때 이익을 없게 만들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어 "취득 보유 양도 단계에서 불로소득이 불가능하도록 세금을 강화해야 한다"며 "비필수 부동산, 안 가져도 되는 부동산에 대한 부담을 확 늘리는 것"이라고 대책을 설명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2일 오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경기도 지사 공식 유튜브채널 제공
특히 이 지사는 "비필수 부동산, 투자 투기용 부동산에 대해 세금 부담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앞으로 비필수 부동산에 한한 것은 세금 폭탄 이상의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복안에 대해 "부담 제한 총량 (최소 한도로) 유지 또는 강화의 원칙'이라고 나름대로 이름 붙였다"며 "기본적으로 (부담) 총량을 늘려가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타당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90분 넘게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여러 질문에 공을 들여 답했지만 그 중 부동산 이슈에 대해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만큼 석달전 4·7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이 무섭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바라본 이 지사 정책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현실 물정을 외면한 이상주의에 가깝고,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정부 공무원들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부동산 규제가 배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택지 작업을 수십차례 다뤄온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의 한 감정평가사(45)는 2일 본보 취재에 "이재명 지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업계에서 듣도보도 못한 주관적인 말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며 "실거주에 대한 정의는 어느 정도 명확하지만 투기용 주택에 대한 정의는 정확히 나온게 없다. 임대를 제공하는 다주택자 전체를 대상으로 선전포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그는 "특히 가장 문제되는 개념은 불로소득이 없게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며 "다른 부동산을 갖고 있을 때 이익을 없게 만들면 된다라고 이재명이 말했는데, 이게 현실화되면 아무도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게 된다. 누가 개발하고 땅에 투자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 지사가 말한 것 중 또다른 문제는 '비필수 부동산', '안 가져도 되는 부동산'에 대한 정의"라며 "이걸 누가 판단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정부 공무원들이 민간 부동산에 대해 비필수냐 아니냐, 가져도 되냐 아니냐를 결정하겠다는 말이다. 대통령 맘에 따라 민간 부동산에 대해 중과세를 얼마나 매길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이 사회가 재산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냐, 정말 무서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2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이재명 지사가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기자들과 실시간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이재명 경기도 지사 공식 유튜브채널 제공
(역시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 부동산학과의 K 모 교수는 이날 본보 취재에 "오늘 이 지사는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구체적인 주택 공급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명분은 밝혔지만 차후에 공약 설명 과정에서 공격을 덜 받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정한 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언도 '적정하다'라는 말에서 정부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문재인 정부는 앞서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여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문제는 수요'라면서 세금 부담을 높여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는데, 이 생각도 문재인 정부와 동일한 걸 전제로 한다"며 "민간 공급을 대거 늘려 가격 균형을 맞추려는게 아니라 임대 공급만 중점적으로 늘리되 수요를 억제하려는 (이재명의) 인위적인 시도는 (문재인과)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이 지사 출마 선언을 보면 자신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 설명할 때 계곡의 불법 시설 철거 사례를 들고 있는데, 전혀 맞지 않는 사례"라며 "자신이 부동산과 관련해 내세울 실적이 없으니 맞지 않는 사례를 들고 와 꿰어 맞춘 것으로 보인다. 계곡 정비와 주택 공급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지사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내세운 공약은 '기본주택'으로 요약된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이 지사의 표현에 따르면, 기본주택은 고품질의 넓은 평수에 살되 조성원가로 임대료를 내면서 자신이 원할 때까지 살 수 있는 주거 개념이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다'는 의미의 신조어) 투자할 필요 없게 되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으로 이 지사가 계속해서 자신의 공약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시장은 불안한 심정이다.

이 지사가 기본적인 재산권 보호에 대한 의지가 있을지, 민간 부동산에 대한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을 허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다면, 부동산 정책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