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말레이시아서 NBL 설비 신증설 단행…합성고무 시장 지배력 확대 모색
10억달러 규모 그린본드 발행…배터리·친환경 플라스틱·재생에너지 소재 등 투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석유화학 초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LG화학이 국내외에서 '주마가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닝보시 소재 LG화학 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NBL)공장이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연산 10만톤 규모로, LG화학은 내년까지 11만톤을 추가로 증설할 예정이다. NBL은 부타디엔을 주원료로 하는 합성고무 소재로, 니트릴 장갑의 핵심원료로 쓰인다. 

LG화학은 이 공장 가동으로 한국·중국·말레이시아에 걸친 글로벌 3각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으며, 현재 17만톤 규모인 여수공장 생산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28만톤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LG그룹


니트릴 장갑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국영 석유화학기업 페트로나스 케미칼그룹(PCG)과 합작법인(JV)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법인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내 양산을 목표로 남부 펭게랑 지역에 연산 24만톤급 공장도 건설 중이다.

니트릴 장갑은 강도·내화학성이 높아 기존 천연고무 장갑을 대체하고, 의료·산업·요리 등의 분야에서 활용된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한 의료용 제품 사용량이 급증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고무장갑제조연합회는 글로벌 니트릴 장갑 시장이 지난해 2064억장 규모에서 내년 3276억장, 2024년 4109억장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외 추가 증설을 비롯해 연산 100만톤 이상의 체제를 갖추고, NBL 제품군을 기반으로 실리콘 파우치를 대체하는 등 신시장도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 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NBL)/사진=LG화학


첨단소재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1000원)에 달하는 글로벌 그린본드도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해 유통되는 국제 채권으로, 발행대금의 용도가 기후변화·재생에너지 등의 프로젝트 및 인프라 투자에 한정된 채권이다.

이번 그린본드는 5년 만기 5억달러와 10년 만기 5억달러를 비롯한 2개의 채권으로 구성되며, 각각 1.480%·2.380%의 고정금리로 결정되는 등 국내 일반기업이 발행한 해외채권 중 역대 최저 수준의 스프레드(가산금리)가 특징이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액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친환경 소재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소재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친환경 플라스틱과 전지소재를 비롯한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 확대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에도 석유화학·첨단소재분야 투자를 위해 올 상반기에만 ESG 채권 발행으로 2조원 상당의 재원을 확보하는 등 업황 축소를 대비하는 모양새"라며 "여수 제2 납사크래커(NCC)가 지난달부터 가동에 들어가고, 생명과학부문도 중국 파트너사와의 JV를 통한 매출이 확대되는 등 하반기 실적에 기여할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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