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동경(24·울산 현대)이 자신의 이름과 같은 동경(도쿄) 올림픽으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꽃길로 만들었다. 멋진 왼발 중거리슛 한 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13일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아르헨티나의 올림픽 축구대표팀 평가전은 2-2 무승부로 끝났다.

올림픽을 앞두고 전력 점검차 가진 평가전이었고 폭염 속에 치러진 경기여서 한국과 아르헨티나 모두 100% 전력 발휘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르헨티나는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와 스피디한 공격력으로 올림픽 남미 예선 1위팀 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 이동경이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넣은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김학범 감독이 이끈 한국은 와일드카드로 뽑은 수비의 핵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이날 출전하지 않은 탓인지 수비에서는 허점을 드러내며 2실점했다. 하지만 전반 선제골을 내준 후에는 이동경의 호쾌한 골로 동점 추격했고, 후반 추가골을 내줘 1-2로 뒤지던 경기 종료 직전에는 엄원상(광주FC)의 극장 동점골로 패배를 면했다.

엄원상이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터뜨린 동점골이 결정적이었지만, 전반 아르헨티나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주도권을 넘겨줬던 상황에서 균형을 되찾게 해준 이동경의 골도 빛났다.

와일드카드 공격수 황의조(보르도)와 권창훈(수원 삼성), 유럽파 '막내형' 이강인(발렌시아)이 선발 명단에서 빠진 가운데 이동경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0-1로 뒤지던 전반 35분, 설영우가 연결한 패스를 받은 이동경은 페널티 아크 앞에서 왼발로 시원하게 중거리슛을 때렸다. 무회전으로 날아간 볼은 아르헨티나 골망을 뒤흔들었다. 끌려가며 다소 가라앉았던 한국대표팀 분위기를 살려낸 의미있는 동점골이었다.

왼발에 장점이 있는 이동경은 코너킥의 키커를 전담하는 등 존재감을 보여준 후 후반 13분 이강인과 교체돼 물러났다.

이날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넣기 이전에도 이동경은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을 이어왔다.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했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13경기에 출전해 10골을 넣을 정도로 이동경은 득점력을 갖춘 왼발 자원이어서 김학범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주목도 받아 A대표팀에도 뽑혔고 지난 6월 9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카타르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뜨린 후 이동경은 맘껏 포효한 뒤 여자친구를 위한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됐다. 사랑의 세리머니였지만, 축구팬들에게는 '동경이가 메달 따러 동경으로 간다'는 듬직한 출사표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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