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피선거권 제한, 2027년 대선 출마 불가…드루킹 공모 '유죄' 최종판결
경남도정 공백·문재인정권 정당성 상실·민주당 부울경 민심 악화 '악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옹호를 위해 인터넷 포털 및 커뮤니티에서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해온 드루킹 김동원 일당과 관련해,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54)가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된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21일 김경수 지사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를 확정지었다.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은 1심·항소심·대법원 상고심 모두 동일하다.

지난 1심 당시 성창호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정황을 자세히 언급했다. 김 지사 측은 이 사실관계를 전혀 뒤집지 못했다. 드루킹 김 씨는 앞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만기 출소했다.

항소심 재판을 받던 2019년 4월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됐던 김 지사는 이날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형이 확정됨에 따라 주거지 관할 교도소인 창원교도소에 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검찰청은 대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 김 지사 주소지를 확인한 후 관할 검찰청에 형 집행을 촉탁하는 절차를 거친다. 김 지사는 그 후 수감된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20년 11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개인의 경우

대법원의 이날 최종 판단에 따라 김 지사는 경남 도지사 직이 박탈된다. 선출직 공무원이라 지사직 당선 무효가 된다. 2년의 형 집행을 마친 후 5년간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

총 7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김 지사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이 나온다. 김 지사는 이날 유죄 확정 후 도청을 나오면서 "제가 감내해야 될 몫은 온전히 감내하겠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최종적인 판단은 이제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드려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도지사직 박탈과 7년간 피선거권 제한으로 김 지사는 '여권 잠룡' 딱지를 떼게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친문 지지층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김 지사의 피선거권은 2028년 4월 회복된다. 차차기 2027년도 21대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경남 도정은?

경남 도정은 곧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어 도정 공백이 우려된다. 김 지사의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으로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는다.

김 지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빠졌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김 지사와 호흡을 맞췄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강제 추행으로 시장직을 사퇴해 지난달 징역 3년을 선고 받았고, 송철호 울산시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정치적 타격' 우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복심'이자 '친문 적자'라 불리던 김 지사가 대통령 당선을 위해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해온 드루킹 일당 사건에 연루되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날 대법원 상고심 선고에 대해 아직 청와대에서 별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지난 2012년 대선 도전부터 2017년 두번째 대선 도전까지 문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이와 관련된 드루킹 사건에서 김 지사가 유죄를 받은 이상, 정권 정통성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획득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다.

차기 대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메시지를 내고 "국정원 댓글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여론조작, 선거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 2017년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산불 피해 이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강원 강릉시 성산면 성산초등학교를 방문한 후 당시 김경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울경 민심 악화 '악재'

민주당 차원에서는 야권에 밀리는 대선 구도가 이어지다가 도덕성 타격과 부울경 민심 악화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짧은 공식 입장만을 냈다.

김두관·정세균·이재명 후보 등 민주당 경선에 임하고 있는 인사들은 입을 모아 "정말 안타깝다"·"대법원 판결 유감"·"할 말을 잃었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김경수 지사 건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난 이슈이지만 부울경 지역의 민심 악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사실상 지역 구도에서 대형 악재가 돌출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대권주자들은 부울경 지역을 정권 재창출의 토대로 삼겠다고 구상했지만 사실상 본진을 잃어버린 격"이라며 "지금까지 김 지사 결백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당 또한 난감하고 곤혹스러워진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지역 유권자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표심이 여당에 등을 돌린 상황인데, 이번 유죄 확정 판결에 따라 내년 대선 및 지방선거는 민주당에게 더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날 "원심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 등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해 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하고, 김 지사가 '공모공동정범'으로서 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봐 유죄로 인정했다"며 "법리오해, 이유모순, 이유불비 또는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민주당의 부울경 전략, 친문 적자로서의 상징성, 문 대통령의 정권 정통성을 무너뜨린 이번 법원 판결이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