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서 잇따라 판매 새 기록
상반기 중국 판매 5년 새 71% 감소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상반기 글로벌 주요시장 판매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는 최대판매실적과 함께 점유율 상승을 기록했지만 중국에서는 꾸준한 판매감소를 보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및 유럽 판매가 지속 상승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시장 기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기아 미국법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지 판매는 총 37만8511대에 달해, 미국 진출 이래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사진=미디어펜


상반기 기아의 미국판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43.7%나 증가했다. 셀토스와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호실적을 주도했다.

현대차 역시 올 상반기에 월별 최대판매 기록을 갱신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SUV중심으로 제품라인업을 재편하면서 시장의 니즈에 맞는 라인업이 형성됐고 경쟁사 모델 대비 공급역시 원할 했던 것이 판매성장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현대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따라 수출길이 막혔던 픽업트럭을 '현지생산 현지판매' 전략으로 수정해 대응한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세단에 집중했던 북미 전략을 SUV로 전환하고 이어 픽업트럭까지 확대한 것이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가 4세대 준중형 SUV 투싼을 바탕으로 개발한 픽업트럭이다.

미국시장의 인기차종인 픽업트럭 대비 작은 크기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많은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싼타크루즈 인만큼 시장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새로운 전력으로 역할 수 행을 해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시장은 친환경차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점유율은 상반기 기준 4위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유럽 현지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 많은 49만4158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24만2922대로 작년보다 39.3% 늘었고, 기아는 25만1236대로 4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이 27.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다.

시장 점유율도 7.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 7.6%는 일본 토요타(6.3%)보다 1.3% 포인트나 앞선 수치다. 상반기 유럽시장 점유율은 폭스바겐이 26.2%로 부동의 1위다.

이 같은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시장선전은 친환경차와 신차의 적극적인 투입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도 신차 소식을 전하며 관심을 끌었고 유럽시장에 먼저 공개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해당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키는 효과를 유발했고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7%대에 올라섰다. 이변이 없다면 올해에도 아이오닉5와 EV6 등의 신차가 있어 이 기록을 넘어서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이와 달리 중국시장은 여전히 부진에 빠져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24만923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7만9403대)와 비교해 10.8%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41만668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40.2%나 급감한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감소한 부분은 있지만 더 큰폭의 판매감소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드 사태 직전인 2016년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는 81만 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는 25만 대에도 못 미친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2017년 이후 공백기에 중국현지브랜드의 비약적인 성장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타사 브랜드에 밀리는 상황에서 자국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줄어 든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현대차의 연간 목표치는 56만2000대, 기아는 25만5000대 등 총 81만7000대다. 다만 이런 부진이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시장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신차투임을 통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 조직이 독자적으로 중국 사업을 운영했으나 조직 개편으로 본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믹스의 변화를 통해 선전하고 있는 미국시장과 유럽시장의 모습과 달리 중국에서는 고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며 "포기할 수 없는 중국시장이기에 새로운 제품라인업의 진출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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