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신사협정” 제시하면서 사실상 경선 과열 분위기에 경고장
2017년 경선 이후 여전한 친문의 ‘이재명 비토 정서’...더 심해질수도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사협정 제안에도 경선 상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비방전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선의 흥행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에게 깊은 ‘내상’을 남길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 지사의 경우 이미 지난 2017년 경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과 반목한 만큼 경선 결과에 따라 친문의 ‘이재명 비토 정서’가 한층 가열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송 대표는 지난 2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얘기했다. 네거티브에 대한 어떤 통제기준, 이런 것들을 정해서 발표하고 후보자가 다 모여서 신사협정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선 과열 분위기에 대한 경고장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전 당대표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 /사진=박민규 기자

하지만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의 공방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이 지사의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대변인이었는데,  그 후에 탄핵 과정에 참여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낙연 캠프 수석 대변인을 맡고 있는 오영훈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낙연 후보는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면서 “팩트체크 없이 발언한 데 대해 이재명 캠프가 민주당의 정신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캠프 간 공방이 격해진 가운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녹취록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재차 확산됐다. ‘4랑해요 이낙연’이란 닉네임을 쓰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20일 오후 늦게 이 지사의 ‘형수 욕설’이 녹음된 파일을 공개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파일의 배포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공방이 거칠어지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과정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을 향해 거센 공방을 펼치면서 당내 친문에서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당내 한 의원은 “2017년 경선 이후 문 대통령과 이 지사와는 별개로 지지세력의 감정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면서 “문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이 지사에 대한 의전을 두고 문제가 제기된 경우도 있을 정도로 양측 감정의 골이 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기지사 경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친문계 전해철 후보에게 승리하자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을 찍겠다'고 한 전례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을 마친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수치고 있다. 2021.5.13./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경선의 패자가 승자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식으로 통합한 선례를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이 사실상 5주간 연기된 만큼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이 전 대표 측과 선두를 지키려는 이 지사 측의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될 경우 화학적 결합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송영길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토론회에서 이른바 “친문 강성세력이 변해야 한다”면서 “조금만 뭘 하면 배척하고 공격하고 같은 당내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서로 해 대면 당이 외연을 확장하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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