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형들이 만들어준 것…발만 갖다댔을 뿐" (이강인)
"스태프들이 차려준 밥상…숟가락만 얹었을 뿐" (황정민)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막내형' 이강인(20·발렌시아)이 루마니아전에서 2골을 넣고 전한 소감이 배우 황정민의 명품 수상 소감을 패러디한 듯했다. 그만큼 감동적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5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루마니아를 4-0으로 눌렀다. 뉴질랜드와의 1차전에서 0-1로 충격패를 당했던 한국은 이 경기 대승으로 조 1위로 올라서며 8강 진출의 희망을 살리고 키웠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이강인은 이날 선발 제외됐다가 한국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34분 황의조 대신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짧은 시간 뛰면서 2골이나 터뜨렸다. 후반 39분 설영우(울산)가 얻어낸 페널티킥에 키커로 나서 대담하고 정확한 슛을 성공시켰고 후반 45분에는 강윤성의 패스를 논스톱 땅볼 슛으로 연결해 마무리 쐐기골을 뽑아냈다.

조별리그 최종 성적을 따질 때 동률시 골득실이 중요하다. 이강인의 이날 교체 투입 후 2골 활약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 요청을 받은 이강인은 "내가 인터뷰할 게 아닌 것 같은데…"라고 당황해하면서도 "오늘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소감부터 전했다.

이어 이강인은 "형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형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대표팀 선배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이어 "내가 오늘 한 것은 하나도 없고 형들이 다 만들어준 것이다. 난 발만 갖다대기만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많이 들어본 말 같다. 배우 황정민이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너는 내 운명'으로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스태프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저는 그저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라고 한 소감이 오버랩된다.

이강인이나 황정민이나, 이런 소감이 감동적으로 와닿는 것은 진심을 얘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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