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맡으며 양궁 세계적 반열 올려
현대차그룹, 우수인재 발굴, 첨단장비 개발, 양궁 저변 확대 기여
정의선, 도쿄대회 경기재현한 시설 및 경기 환경 구축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26일까지 전 경기에 걸린 금메달 3개를 모두 차지했다.

양궁 선수단은 올해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물론 여자 단체전 9연패, 남자 단체전 2연패 등의 위업을 달성했다. 남녀 개인전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더 많은 메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비인기종목 양궁을 1985년부터 37년간 체계적으로 후원해 온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 현대차그룹이 양궁선수들을 위해 제작한 맞춤형 그립.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회장까지 현대차그룹은 37년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우수 인재 발굴, 첨단 장비 개발,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해왔다.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 AI(인공지능),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적용했다. 이미 최강의 양궁 실력을 갖췄지만 이를 더 완벽하게 펼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 R&D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선수 훈련 영상 분석을 위한 자동편집 장비인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를 개발, 선수들의 훈련에 적용했다.

이와 함께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맞춤형 그립'을 대표선수단에 제공했다.

◇정의선 회장, 도쿄대회 준비부터 선수단 컨디션까지 세심히 지원
정의선 회장은 도쿄대회에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참석해,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사기를 북돋았다. 특히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방역상황을 철저히 점검했다.

정 회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양궁 응원을 위해 급하게 일본을 찾았으며, 여자 단체전은 물론 남자 단체전까지 금메달 획득의 순간을 함께 하며 주요 경기마다 열띤 응원을 펼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번 도쿄대회를 위해 양궁 훈련장 등 인프라부터 선수들 심리적 안정까지 세심하게 지원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도쿄대회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찾았다. 대표선수들을 응원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Yumenoshima Park Archery)과 선수촌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진천선수촌에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도쿄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 대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대표선수들이 도쿄대회와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7월 말의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 훈련도 실시했다. 미세한 오차로 승부가 갈리는 양궁은 실전 적응력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국제 대회 경험을 할 수 없고, 이전처럼 야구장에서의 소음 및 관중 적응 훈련도 불가능해지자, 정 회장은 양궁 대표단이 경기장 환경과 방송 중계 상황에 최대한 적응할 수 있도록 실제와 같은 경기를 하도록 했다.

올해 5월과 6월 네 차례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실제 경기처럼 미디어 실전 훈련을 했으며, 이를 통해 도쿄 대회 무대에서 겪을 수 있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심리적 안정을 얻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또 선수들이 인터뷰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전문 강사를 초빙, 미디어 트레이닝도 실시하게 했다.

도쿄대회 경기 대기시간에는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휴게 장소에 별도로 선수별 릴렉스 체어를 마련했으며, 마스크, 미니소독제, 세척제 등으로 구성된 방역키트를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등 방역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초 미얀마 양곤 전지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들의 기후 적응훈련을 직접 살펴봤으며,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국가대표 1차 평가전을 직접 관전하며 국가대표가 최종 선발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 현대차그룹이 양궁선수들을 위해 제작한 딥러닝 비전 AI 코치.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달 말에는 선수들에게 전동마사지건과 책 '두려움 속으로'를 선물하며, 긴장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최선의 경기를 펼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폭적 지원 속에서 한국 양궁 선수단은 현재까지 열린 모든 경기의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오는 30일·31일에 열리는 남녀 개인전에서의 추가 메달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의선 회장, 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대중화 등 추진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올해 1월 열린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13대 양궁협회장으로 재선출되는 등 양궁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는 물론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저변 확대 등을 펼치며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에 오르게 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정 회장은 2008년 양궁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양궁협회는 3기 13년에 걸친 중장기적 양궁 발전 플랜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양궁 꿈나무의 체계적인 육성, 양궁 대중화 사업을 통한 저변 확대, 지도자·심판 자질 향상, 양궁 스포츠 외교력 강화 등의 성과를 얻으며 경기력뿐 아니라 행정 및 외교력 등 한국 양궁의 내실 있는 발전을 이뤄냈다.

정 회장은 양궁협회가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협회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작스런 선수 발탁이 없다.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될 수 있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실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으며 코칭스태프마저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된다.

또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도 구축했다. 특별지원으로 일선 초등학교 양궁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중)-후보선수(고)-대표상비군-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지도록 한 것이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상비군, 지도자, 심판 대상으로 무료 영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개최해 양궁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생활체육대회, 동호인 대회를 창설하고 메달리스트와 함께 찾아가는 양궁교실을 여는 등 양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이 양궁선수들을 위해 제작한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양궁대회 개최가 불가능해지자, 협회는 온라인·비대면으로 새로운 방식의 초등부 양궁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화상회의 앱과 양궁협회가 보유한 실시간 기록 제공 시스템을 활용해 전국 초등학교 팀의 연습장을 연결하고 중앙 경기관재센터에서 대회를 통제, 관리하며 대회를 운영했다.

공정성을 위해 각 팀 현장에 공인심판과 경기 운영 요원을 파견하고 대한양궁협회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도록 했다.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대한민국 대표 궁사들의 선전과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

그는 과거 종종 선수들을 찾아가 격의 없이 식사를 하며 격려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했다.

주요 국제경기때마다 현지에서 직접 응원을 펼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우는 한편 선수들이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고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런던대회에서는 경기장과 숙소가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 이동이 불편하자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경기장 인근의 호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끼니때마다 선수들이 원하는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계양아시아드 양궁장을 미리 찾아 경기장 시설들을 꼼꼼히 살피며 선수들이 심리적 동요가 발생치 않도록 경기장 운영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으며 직접 경기장 시설과 관중석, 선수 대기 장소 등의 안전 상황을 체크하기도 했다.

리우대회 때도 정 회장은 대표단의 출국 전날 직접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의 대회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주요 경기마다 현장에서 관전하며 선수들과 함께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세계 최강 양궁 발전 기반 탄탄히 다져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시작됐음.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LA대회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창단하고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양궁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 정몽구 명예회장은 체육단체에서는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높이는 등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또 양궁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장비에 대한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개발하도록 독려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양궁인들이 한국산 장비를 가장 선호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 명예회장의 양궁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정 명예회장이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냈다.

선수들의 기량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첨단장비들이었다. 과학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장비를 먼저 과학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출장 때 따로 시간을 내 장만한 것이다. 또한 현대정공에서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 양궁 선수단에게 제공했다.

양궁의 필수 장비인 활의 국산화에도 앞장섰다. 1990년대 말 양궁 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외국 메이커가 신제품 활을 자국선수들에게만 제공한 적이 있었다.

정 명예회장은 이러한 피해를 막고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한국선수들의 체형에 맞는 경쟁력 있는 국산 활을 개발해야 한다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 현대차그룹이 양궁선수들을 위해 제작한 고정밀 슈팅머신.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또 집무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시간이 날 때마다 양궁 관계자들과 해외 제품 및 국산 제품간 비교 품평회를 갖는 등 활 국산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초등학생부터 국산 장비를 쓰도록 장려하고, 양궁협회도 일선 학교에 국산 장비를 지원하는 등 국산 활의 저변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

그 결과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타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국산 활을 사용하는 등 한국 활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은 양궁 연습에서 필수 코스가 되다시피 한 관중이 가득한 야구장에서의 활쏘기 연습도 정몽구 명예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전, 한국 양궁이 각종 대회를 독식하면서 세계 양궁협회는 토너먼트 형태의 새로운 경기방식을 도입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메달을 놓칠 수 있는 경기 방식이다.

이 때 정 명예회장은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끄러운 곳을 찾아가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코칭스태프와 협회 직원들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훈련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이후 꽹과리, 북 등 사물놀이를 하는 곳이나 시끄러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다니며 훈련을 했다. 그 때 시작했던 훈련이 야구장 훈련으로 이어진 것이다.

해외 전지훈련 때에도 한식을 항상 준비할 것을 당부하고, 직접 맛있다고 생각한 음식은 따로 포장해 선수들에게 보내주는 등 애정을 쏟았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해 주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대회 때는 경기에 앞서 양궁대표단을 초청, 선전을 기원하는 만찬을 개최해 선수들의 사기진작에 큰 힘을 보탰다.

당시 중국에 있는 현대차그룹 현지 주재원 및 가족, 재중 한인회 및 체육회 일원,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양궁응원단을 모집, 선발해 약 9000여명 규모의 응원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 국민적 성원,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한국양궁은 지난 1984년 LA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 남자단체전까지 금메달 2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획득했다.

같은 기간 양궁 종목에 걸린 전체 금메달의 70%를 대한민국이 차지한 것임. 아시안게임에서도 지난 1978년 방콕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 대회까지 금메달 42개, 은메달 25개, 동메달 16개를 차지하는 등 전체 금메달의 69%를 획득하며 세계 최강 자리에 올랐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