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오지환(31·LG 트윈스)을 뽑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한국 야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 첫 경기에서 복병 이스라엘을 맞아 고전 끝에 승리를 거둔 이 한 경기만 놓고 보면 오지환이 단연 승리의 주역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9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B조 1차전에서 이스라엘을 연장 승부치기 끝에 6-5로 꺾었다. 어느 국제대회든 첫 경기가 가장 힘든데, 과정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한국은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2008 베이징 대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이 첫 경기에서 만난 이스라엘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2017년 고척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에서 한국은 이스라엘에 1-2로 패하면서 결국 2라운드에 진출도 못했다. 이번에 만난 이스라엘도 메이저리그 및 마이너리그 경력자들이 수두룩했고, 경기 내용도 팽팽하게 전개됐다.

이 경기에서 한국이 어려울 때마다 나서준 선수가 바로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지환이었다. 

   
▲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한국은 호투하던 선발 원태인이 3회초 이언 킨슬러에게 투런포를 얻어맞고 0-2로 리드를 빼앗겼다. 선취점을 내준 충격이 계속될 경우 경기가 꼬일 수도 있었다.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살려낸 것이 오지환의 한 방이었다. 4회말 2사 1루에서 오지환은 호투하던 이스라엘 좌완 제이크 피시먼의 공을 벼락같이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후 한국은 두번째 투수 최원준이 6회초 라이언 레반웨이에게 투런포를 맞아 또 2-4로 뒤졌다. 7회말 이정후와 김현수의 백투백 홈런으로 4-4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진 2사 2루 찬스. 오지환이 이버에는 우중간 담장까지 날아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 5-4로 역전하는 점수를 뽑아냈다.

만약 9회 마무리 등판한 오승환이 레반웨이에게 동점 솔로포를 내주지 않았다면 오지환의 이 2루타는 역전 결승타가 됐을 것이다.

연장 10회말 승부치기에서 오지환은 1사 2, 3루의 끝내기 찬스를 맞았다. 빗맞은 타구가 좌측 내야와 외야 사이로 날아가 그대로 행운의 끝내기 안타가 되는가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유격수가 끝까지 쫓이가 역동작으로 글러브에 담으며 플라이 아웃됐다. 상대 호수비가 아니었으면 오지환은 완전 영웅이 됐을 것이다. 이후 한국은 만루 찬스를 이어간 뒤 양의지의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점수를 얻어 극적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오지환은 이날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타격에서 으뜸 공신이었고, 수비 역시 돋보였다. 몇 차례 까다로운 타구가 왔지만 모두 완벽하게 처리하며 내야를 철벽같이 지켰다.

오지환의 이번 대표팀 선발을 두고 일부 팬들 사이에 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얘기가 안나올 수 없었다. 당시 병역 미필이었던 오지환은 시즌 성적이 돋보이지 않았는데도 대표팀에 선발됐고, 한국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병역 혜택을 얻게 된 오지환에게 차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오지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도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그를 선발했다. 김 감독이 오지환을 발탁한 이유를 오지환은 이스라엘전에서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이제 대표팀은 한 경기를 이겼을 뿐이고, 메달로 향하는 험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오지환이 이스라엘전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한 것은 의미가 있다. 큰 싸움을 앞두고 선수가 기죽지 않고 자신감으로 충만한 것만큼 좋은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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