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정통성 흔드는 '드루킹 몸통설', 야권 총결집 명분 마련
'1인 시위' 계기로 윤석열·최재형·안철수 공조 자연스레 형성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범야권이 ‘반문 전선’을 구축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이른바 ‘몸통설’이 그 중심이다.

야권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특히 댓글 조작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은 문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며 연일 압박에 나서고 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9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수행실장'이 공모한 선거 범죄다. 대통령이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외면하는 모양새가 절박하다 못해 필사적"이라고 힐난했다.

   
▲ 2017년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선거 후보가 산불 피해 이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강원 강릉시 성산면 성산초등학교를 방문한 후 당시 김경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 대변인은 “책임져야할 사안은 ‘모두의 책임’으로 돌리고, 사과해야 할 사안엔 침묵하며 외면한다. 이게 국민들이 보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의 일관된 특징”이라면서 “인(人)의 장막에 둘러쌓여 국민들과 소통 없는 모습은 이전 정권의 실패 사례와 판박이나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드루킹 사건을 쟁점화 시키는 배경에는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어 대선 국면에서 변수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자연스레 야권 총결집의 명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30일 “단순 야권통합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갖춘다면 통합의 효과는 극대활 될 수 있다”면서 “드루킹 댓글 조작은 지난 대선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야권 연대를 이뤄내기에는 최고의 명분”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최다선 정진석 의원의 청와대 앞 1인 피켓 시위가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 의원의 1인 시위에는 범야권 대권주자들의 격려 방문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현장을 찾은 이는 스스로를 드루킹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 한때 박빙 또는 제가 더 앞서던 적도 있었다. 바로 그 순간에 드루킹의 킹크랩이 가동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메달을 딴 선수도 도핑이 발각되면 금메달이 박탈된다”며 문 대통령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 야권의 대권후보인 윤석열 예비후보가 29일 '드루킹 사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 펼치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사진=박민규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사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 펼치는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을 방문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최재형 전 원장 선거캠프 제공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해온 윤석열 예비후보도 '깜짝 방문'을 통해 힘을 보탰다. 윤 예비후보는 반문 빅텐트의 구심점을 자임해왔다. 1인 시위 첫 타자로 나선 정 의원이나 다음날 바통을 넘겨받는 유상범 의원 모두 당내 '친윤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최근 연일 문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서고 있는 국민의힘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격려 방문 대열에 동참했다.

최 전 원장은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지사가 누구를 위해서 일했을까"라며 "사과하지 않은 문 대통령에 대해 우리 당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 더위에 수고하고 계신 정 의원에 힘을 보태기 위해 만나고 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입당 결심을 굳히고 시기를 저울질하는 윤 전 총장, 이미 입당한 최 전 원장, 합당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안 대표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계기로 자연스레 삼각공조에 나선 것이다.

다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계기로 한 대여 전선이 얼마나 공고하게 형성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윤 예비후보에게 드루킹 사건에 대한 ‘원죄론’을 제기하는 만큼 단일대오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당이 이번 사건을 야권의 ‘대선 불복’으로 몰아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대선 여론조작 사과하라’는 (정 의원의) 팻말이 저의 눈에는 ‘대선 불복하고 싶다’로 읽힌다”면서 "차라리 '대선불복을 외치고 싶다' 이렇게 쓰고 서 계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내 또다른 관계자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사과와 이준석 대표의 취임 이후 겨우 ‘탄핵의 강’을 건너왔다”며 “여권의 ‘대선 불복’ 프레임이 성공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탄핵에 갇혀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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