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부의장 "깊은 우려" 윤희숙 "잔인한 폭력" 신보라 "인격 모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 당국은 예방책 마련해야"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야권의 대권주자인 윤석열 예비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원색적으로 비방한 이른바 ‘쥴리 벽화’에 대해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여성 시민단체와 여성가족부도 우려를 표하면서 ‘쥴리 벽화’에 대한 비난 여론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 부의장은 지난 29일 SNS를 통해 “‘쥴리 벽화’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성숙한 민주주의, 품격 있는 정치 문화 조성을 위해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공개 장소에 게시해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조롱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누구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희숙 의원도 30일 SNS를 통해 “이 사건은 정치적 공격을 위해 한 인간이 ‘여성임’을 도구로 삼아 공격한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력”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 관련해 명함을 판 사람이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사건인데 모두 어디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여성운동가들과 여성가족부가 추구한다는 ‘가치’는 어떤 정치세력과 관련된 일인지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하는건가”라며 “지원금을 나눠주는지, 자리를 약속하는지, 정치적 득실이 무언지에 따라 주머니에서 꺼냈다 다시 넣어뒀다 하는 게 무슨 ‘가치’인가”라고 덧붙였다. 

   
▲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그려진 대권 주자 윤석열 예비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벽화./사진=박민규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그려진 대권 주자 윤석열 예비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벽화의 글자가 흰색 페인트로 지워져있다./사진=박민규 기자

국민의힘 파주갑 당협위원장인 신보라 전 의원은 “대선후보는 후보와 그 가족의 행적마저도 검증대상이라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니깐 더더욱 이라는 시각으로 어쩌면 사실과 관계없이 사생활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전 의원은 “여혐이 다른데 있지 않다. 정치건, 개인의 영역이건 상식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그 벽화는 정치의 영역이건 개인의 영역이건 작심한 누군가에 의해서 여성이 성적대상화될 수 있다는 위험을 보여줬다. 여성인권 보장의 퇴보이자, 인격모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 새로운 대통령을 기대하면서 바라는 건 후보들의 정책, 비전, 자질, 능력 경쟁이지 루머와 추문 들쑤시기가 아니다”라며 “정치권부터 나서서 민주주의 혼탁, 인권의 타락에 자정작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의 문제제기에 침묵하던 여성 시민단체와 여가부도 “여성 혐오적”이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내용을 서울 한복판 길가에 그림과 글로 전시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것은 여성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김 씨를 향한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여성인권을 유린하는 벽화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퍼뜨리는 당사자들은 즉시 철거하고 폐기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비열한 방법으로 여성을 폄하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개탄스러운 행위"라면서 "여성인권 유린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에서는 철저히 조사해 예방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여가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스포츠계와 정치 영역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도쿄올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한 안산 선수를 향한 '사이버 마녀사냥'과 김 씨를 향한 ‘쥴리 벽화’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