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긴급 토론회서 민주당 김승원 의원만 옹호…"예방적 효과, 국민들도 만족"
나머지 패널들, 입 모아 "소송 남용·청구 남발"·"정상적 언론활동 위축"·"위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강행하고 나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성토하고 나섰다.

다양한 언론·시민단체 및 각계 전문가가 참석한 이날 긴급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민주당 김승원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참석자 전부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포문을 연 것은 발제자로 나선 이승선 충남대 교수다.

   
▲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언론노조 유튜브 채널 제공
이승선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우리 민법에 명예훼손 특칙 조항, 손해배상 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명예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비방을 목적으로 출판물을 통해서 하면 진실이건 허위이건 무겁게 처벌할 뿐더러 정보통신망법 또한 형사처벌 조항이 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형사처벌적 상황에 대해 이미 기존 법률들로 충분히 제단할 수 있다는 반론이다.

이 교수는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언론중재위에서 손해배상을 조정할 수 있기까지 하다"며 "시정권고를 언론중재위가 하는 것도 현행 언론중재법에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대로) 피해자가 기사 열람 차단을 요청했을 때 열람 차단을 청구하고 '열람 차단 청구' 표시가 되게 하여, '이 기사는 문제가 된 기사다'라는 식으로 전략적 호도 전술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청구 표시를 하게 하는 것이 손해배상 제도와 연동되도록 법안이 설계되어 있다. 의도했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중과실 판단과 관련해 쟁점"이라며 "허위보도에 대한 특칙으로 징벌적 손배로 하는데 과연 이 부분이 명확한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가, 몇가지 열거해놓은 이런 요건들이 명확한가 현실적인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문체위의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바통을 이어 받아 민주당의 입법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승수 의원은 이날 긴급토론회에서 "문체위 소위 의원들에게 충분히 공지되지 않았고 민주당 내에서만 논의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합의에 이뤄진 것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 회의록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논리적으로 결론 도출이 이어진게 아니고 대부분 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의결이 되어 버렸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추가 합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 없이 다 의결로 해버렸다. 실제로 위원회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의결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열람차단 청구권 같은 경우도 외국에서 입법례가 없다. 청구 대상도 여러 사람들이 청구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열람차단 청구로 인해 (열람 차단이 청구됐다는) 그 사실을 기사에 붙이기로 했기 때문에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니터링, 수시로 감시하는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세심한 논의 없이 (법안 처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징벌적 손배에 대해선 상하한선도 어떤 근거로 의논되었는지 불분명하다"며 "피해 정도에 따라 합당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것과 관계없는 언론사-가해자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는게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8월 5일 열린 '언론중재법'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유튜브 채널 제공
이날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이는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다.

김승원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에 이어 나와 "언론에게 예방적 효과를 주고 국민들도 만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징벌적 손배는 우리나라 10여개 법률안에도 다 있다"며 "국민과 언론이 좀 대등한 입장에서 언론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의 균형을 꾀하고자 이런 법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중재법 대상은 가짜뉴스"라며 "진실이 아닌, 사실이 아닌 것. 사실과 틀린 보도를 하는 경우에도 언론중재법 5조 2항을 보면 여전히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살아있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허위보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치인과 기업에 대해서는 고의 중과실 뿐만 아니라 악의까지 갖고 있어서 모해한 경우에만 손배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입증 분배에 대해서도 고의 중과실 추정을 호소하셨는데, 청구권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은 민사 대원칙이 맞지만 입증 분배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 법은 중간단계로 봤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반증을 통해 (중대한 과실이라는) 추정을 엎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언론중재 사건을 다뤄보면 언론피해 당한 사람이 '변호사님 못하겠어요'라고 포기한다. (조국) 전 장관 삽화 보셨나요. 그 부녀에게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삽화는 악의적 보도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래서 저희가 그런 걸(삽화) 지표(처벌 대상)로 넣은 것"이라며 "저희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민의 입장도 돌이켜 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다음 패널로 발언한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원론적인, 법리적인 문제를 제시했다.

손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이나 충분한 입법적 근거가 있는지 생각해본다"며 "전부배상을 원칙으로 삼는 우리나라 민사법체계에서 사회 공익을 고려해서 반사회적인 행위를 억제하는게 징벌적 손배다. 가해자가 사회적 경제적 권력 지위를 남용해 징벌적 손배가 아주 예외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징벌적 손배 주장하는 논거가 무엇이냐면, 개인의 피해는 막심한데 언론사가 허위보도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건데 개인의 피해는 전부 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개인 피해 중 경미하다고 볼 수 있는건 없다. 개인 피해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손 변호사는 "(민주당 측에서) 손배 인용액이 낮았다는 주장인데, 이는 전체 민사법 상의 문제"라며 "보도에 허위성이 있어도 피해 자체가 크지 않아서 원고 피해 청구가 부분만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인 몇 사례만을 들면서 한 분야에 넣는 것은 충분한 입법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형사처벌 등) 억지력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이 진행됐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공익은 불분명하다"며 "너무 지나치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최대한으로 규제의 범위를 넓히려는 의도다. 소송이 남용되고 청구가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 위축될 것이고 국민의 알 권리 또한 퇴행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 또한 이날 긴급토론회에 나와 "기사 열람 차단에 대한 것은 더 논의되어야 한다"며 "피해 구제 입장에서도 좀 과하다"고 밝혔다.

윤 이사는 "이 법안은 피해구제 측면에서 언론의 자정적 역할에서 중요하다고 보지만, 이번에 (민주당에서) 나온 법안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 전경. /사진=언론노조 유튜브 채널 제공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패널 중 가장 강하게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시간을 맞춰놓고 밀고 나간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계신 징벌적 손배제 법안, 이걸로 징벌적 손배제를 청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의 현행 대안에 대해서 저희가 암묵적 동의를 한듯한 내용으로 문서가 작성되어 있는데 전혀 아니고요, 저희가 현업4단체가 대안으로 내놓은 법안과 이번 개정안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위원장은 "(민주당이) 이번 법으로 인한 예방적 효과, 시민적 보호를 말씀하셨는데 이 법안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왜냐하면 예방적 효과를 말씀하셨지만 정치권력 경제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이 현격하게 약화될게 명약관화하고 언론의 견제 기능을 통한 힘의 균형이 현저히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 균형의 파괴에 따른 여파가 법에 따른 이익의 총합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해 가짜뉴스라는 허위조작보도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겠냐는 예상을 하시는데, 미국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운영중인데 줄었습니까?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 또한 이날 긴급토론회에 패널로 나와 "기사열람 차단 같은 경우도 이와 관련해 기술적 조치를 하는 신청 자체만으로 낙인 효과를 갖고 있어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몇가지 요건들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헌재가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했다"며 "기본권 요소를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 정보 유통의 차단으로 나타난다든가 하면 안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이미 언론에게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관계법의 규제, 공직선거법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엄밀한 법체계를 갖고 있다. 외국과 다르게 행정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며 "다양한 규제체계가 마련된 가운데에서 법원에 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언론중재 취지인데, 이 법안은 규제 도구로 가는 모멘텀, 입법 시도"라고 덧붙였다.

또한 황 교수는 "이 개정안은 언론 자유 지수를 상당히 하락시킬 것"이라며 "이 법은 자칫하면 정치적 표현에 대한 규제의 도구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이날 "이 법이 통과되었으면 예전 최순실 보도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최순실씨 관점에서 보면 전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