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원정 숙소룰 무단이탈해 호텔에서 술자리를 가지며 방역 지침을 어기는 등 물의를 빚은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구단 자체징계를 내렸다.

키움 구단은 5일 "한현희는 선배로서 후배를 선도할 책임이 있음에도 외부인과의 만남을 제안하는 등 사건을 주도한 책임이 있다"며 선수단 내규에 따라 벌금 1000만원을 부과하고 정규리그 15경기 출장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우진에 대해서는 "비록 이번 사건에 동조한 책임이 있으나 선배 권유에 의한 점, 음주를 자제한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 출장정지 없이 벌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 징계를 통해 부과된 두 선수의 벌금 전액은 코로나19 방역당국에 기부할 예정이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앞서 한현희는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어 후반기 재개 후 총 51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안우진은 자체 징계로는 출장 정지가 없어 KBO 징계 36경기만 출전할 수 없다.

또 고형욱 키움 단장과 홍원기 감독은 선수단 운영 실무와 현장 책임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자발적으로 각각 500만원씩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키움 구단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선수단 편의를 위해 수도권 경기에 한해 허용된 자차 사용을 제한하고 원정 숙소 이용 시 룸메이트 배정 방식도 재검토한다. 선수단 내규와 구단의 상벌 제도 등 내부 규정을 강화하고, 프로야구 선수가 지켜야 할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키움이 이같은 징계를 내렸지만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슷한 이유로 자체 징계를 받은 한화 윤대경, 주현상과 비교된다. 두 선수도 호텔 술자리를 가져 방역 지침을 어겼지만 한현희, 안우진과 6분의 짧은 시간 합석한 것이 전부였고 술도 별로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한현희와 안우진은 수원 숙소에서 서울 호텔로 새벽 시간 이동해 장시간 술자리를 가져 경우가 달랐다.

그럼에도 한화는 윤대경과 주현상이 KBO로부터 10경기씩 출장정지 징계를 받자 동일 수준의 10경기 출장정지 구단 징계를 더했다. 반면 키움은 KBO 징계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의 징계를 했으며 안우진은 아예 추가 출장정지도 없었다.

더군다나 키움은 자체징계 결정을 '법리적 검토' 운운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후반기 재개가 임박하자 올림픽이 한창일 때(하필 한국-미국의 야구 준결승전이 열리는 날) 징계 발표를 했다. 시간끌기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예상되는 비판을 조금이라도 피해가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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