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보복 소비, 고급 대형 모델의 판매 성장 일조
정부 보급사업 확대 등 전동화 모델 관심도 증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와 반도체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선방하고 있는 완성차 시장에서  중요하의 핵심키워드는 대형화·고급화·전동화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크고 고급스러운 차가 많이 판매됐고 빨라진 전기차로의 전환속도로 전동화 모델들 역시 인기를 끌며 완성차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7일 관련업계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내수시장에서 판매된 차는 89만1800대였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94만4511대) 5.58% 가량 감소한 수치다. 

   
▲ 내수시장에서 상반기중 가장 많이 판매된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사진=미디어펜


코로나19에 따른 수요위축과 반도체 부족에 등으로 출고 차질을 빚었음에도 큰 폭의 감소는 없었지만 세부 수치를 들여다보면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변화는 '대형화'다. 몸집이 큰 자동차가 더 많이 팔렸고, 세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수요가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만 놓고 봐도 세단은 중형과 대형급 모두 10%대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11% 줄었다. 현대차 쏘나타 등 국산차를 대표하는 모델의 신차효과가 약화 했고 동급 SUV와의 경쟁이 심화가 그 이유로 꼽힌다.

반면, SUV 등 다목적 차량 판매량은 6%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대형급은 판매가 50% 이상 급증했다. 쌍용차 올 뉴 렉스턴 등 대형 SUV 신차가 출시됐고,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며 다인승 차량인 미니밴 판매가 호조를 보여 대형급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고급화'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국산차의 판매가 줄었지만 수입차는 판매가 증가했다. 국산차의 경우도 일반 차량대비 약 1.5배나 고가인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모델이 상반기 판매량 톱10에 두 대나 이름을 올리며 내수시장의 고급화 모델의 인기를 반증했다. 

최근에는 다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기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영향을 주는 단계의 아니며 하반기의 실적 변수로 작용할 수 는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큰 차와 고급차의 인기로 새로운 해석도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소비 양극화, 보복 소비까지 영향을 미치며, 소비패턴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차박을 즐기려는 소비자들과 새로운 휴식의 공간으로 자동차가 활용되며 좀 더 쾌적한 공간활용성이 필요하다는 것.

과거 이동수단에 그쳤던 자동차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휴식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실용성이 중시됐던 자동차에서 감성품질이라는 항목이 중요해졌고, 업계는 새로운 시도를 단행하며 고객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중이다. 

고급오디오시스템을 적용하거나 호화스러운 인테리어로 시작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등이 감성품질을 높이기 위해 단행된 변화다. 이런 변화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로 꼽히며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대형차들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는 친환경 전기차 확산이 원유 수요감소를 불러왔고 이는 곧 '저유가 시대'로 이어지며 연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형차 개발까지 부추겼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대형SUV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여기에 미니밴도 예전의 인기를 다시금 얻고 있다. 

또한, 향후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세단과 소형SUV과 중형SUV 등이 사라지고 미니밴 형태의 원박스카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사진=미디어펜


운전자가 필요 없이 개인용 이동수단이 아닌 모두가 공유하는 자율주행시대가 되면 많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차가 필요하고 이에 걸맞는 형태가 박스카이기 때문이다. 

'전동화'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로 꼽혔다. 내연기관 모델 판매는 줄었고, 전기(EV)·하이브리드(HEV)·수소전기(FCEV) 등 친환경차 판매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KAMA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차는 상반기 중 각각 판매가 7.5%, 14.1% 감소했고, 특히 승용차 가운데 경유차 비중이 17.4%까지 낮아졌다. 2018년에만 하더라도 전체 승용차의 34%가 경유차였다. 

반면,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72.9% 늘어난 15만7000대에 달했다. 신차 판매 중 점유율이 지난해 9.6%에서 올해 1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는 정부의 보급사업이 확대하며 판매가 78.1% 급증해 4만 대에 육박했다.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51% 늘어난 2만5000대였다. 다만, 전기 승용차 시장 점유율에서 국산차는 수입차에 밀렸다. 전체 승용 전기차 가운데 수입차는 59%를 차지했지만, 국산차는 40% 수준을 보였다.

전기버스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의 성장세가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전기버스는 363대가 신규 등록됐는데, 지난해 34% 수준이던 중국산 비중은 올해 41%로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의 인기도 높아지며 상반기중 국산 모델만 6만6000대가 판매될 정도였다. 국산차는 세금감면, 저공해차 혜택이 주어지는 모델이 많이 팔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의 위축이 예견됐지만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동제한과 거리두기 등이 자동차 시장에서는 좀 더 크고 고급화된 모델의 인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