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반발 커지자 야당에 공 넘기며 잠시 여론 탐색전
국민의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열람청구차단권’ 제외 추진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강행 처리를 예고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일부 여론과 언론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는 17일로 연기됐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개정안 강행 의지를 보였던 민주당은 지난 12일 야당에 자체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공을 넘기면서 잠시 여론 탐색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문체위 소속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언론중재법은)우리도 조율할 부분이 있다"면서 "아직 국민의힘에서 안을 제안한 적이 없으니까 가지고 오라는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수정안에 '언론중재법'에 포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외하는 등 독소조항들을 모두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전체회의 연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15일(일요일) 정도까지 우리에게 법안을 달라고 했다"며 "월요일이 휴일이라 화요일(17일)쯤 다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 열람차단 청구권도 마찬가지"라며 "(기사 열람을) 차단할 수 있게 되면 힘 있는 사람들만 차단시킬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독소조항이 다수 들어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고의·중과실로 인한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국민 피해 구제'를 입법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도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고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 조항이 언론 보도 '입막음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고 중복된 규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론과 언론계, 야권 등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문체위원들은 지난 12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고위공직자나 대기업임원, 선출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위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히 하여 입증책임에 대한 모호함을 없애기로 했다"며 "열람차단이 청구된 기사에 대해 그 사실의 표시를 의무화한 조항도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전면 공개하겠다"며 "아울러 국민의힘도 15일까지 수정안을 마련하시겠다고 하니 다음 주 중에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야당에 자체안을 제시하라며 공을 돌린 이유는 언론 단체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또한 법안 강행 처리시 대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제대로된 자체안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법안 단독 처리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민주당은 최악의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서 특별한 언급없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오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수정안을 발표했다.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180석의 근육을 사용하더니,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한발 물러선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 지난 4일 오후 이준석 당 대표 주재로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나는 국대다 시즌2 정책공모전 본선 행사가 열렸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이어 양 대변인은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고수하는 것과 관련해 "언론사 매출을 손해액 산정 기준으로 삼고 배상액을 언론사 매출액에 연계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제도"라며 "언론의 비판 기능, 추적 보도 기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견제 기능을 마비시키는 이번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은 단연코 그중에서 최악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세계신문협회(WAN-IFRA)에선 '한국 정부가 최악 권위주의 정권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세계신문협회는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신문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 등 관계기관은 허위 정보를 위해 성급히 마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뱅상 페레뉴(Vincent Peyregne) 세계신문협회 회장은 "만일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토론을 사실상 억제하려는 최악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유형의 규제는 주로 권위주의적 정권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 바로잡기라는 명분아래 자행되는 언론 입막음용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야권과 언론계는 분노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독소조항'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언론중재법 수정안'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