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집중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업계 1위인 KB금융그룹의 시가총액 21조7052억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금융당국의 디지털 금융혁신을 등에 업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산분리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기존 은행과의 역차별 지적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에 맞서는 금융사들의 방어전략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양한 업종에서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들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가 많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 하반기 그룹경영전략회의에서 이처럼 말한 배경엔 급변하는 금융시장이 자리한다. 플랫폼 경쟁력과 혁신기술을 강점으로 금융시장에 진출한 빅테크 기업의 공세에 직면한 상황에서 과거 전통적인 금융업에만 몰두해선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KB금융지주 제공.


업계 1위 기업이 쉽게 몰락할까 싶지만,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 방식에만 집착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일례로 '노키아'는 한때 휴대폰 시장점유율 세계 1위로 휴대폰 산업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독자 운영체제(OS) 심비안을 고집하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헐값에 매각됐다.

윤 회장이 KB금융을 '금융플랫폼 기업의 넘버원'으로 도약시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인 'KB스타뱅킹'과 모바일 금융서비스인 'KB페이', 사설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 등 계열사의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혁신 바탕엔 '고객중심' 가치가 자리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고객에 가치를 둔 KB금융의 디지털 전략은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 2018년 653만명이던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월 실사용자는 2019년에는 714만명, 지난해에는 804만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사용자 중심으로 UI·UX(사용자환경·사용자경험)를 개선하고, 디지털 품질관리를 강화한 결과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사용자별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오는 10월에는 기존 앱을 종료하고, 출시 8년 만에 새로운 모바일뱅킹을 선보인다. 새로 출시된 앱은 자산관리 기능이 강화되고, 카드, 부동산 등 다양한 계열사의 서비스를 연동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권 최초의 사설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은행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KB모바일인증서의 사용자는 올 5월 기준 796만명에 이른다. 국세청, 정부24 등 공공사이트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유효기간이 없어 매년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디지털 소외계층도 1회 신청만으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앱 설치나 공동인증서 없이도 모바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도 구현했다. 'KB모바일브랜치'를 통해 영업점 대기 없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예적금, 퇴직연금, 가계대출, 카드 등 다양한 상품 가입이 가능한데, 국민은행은 향후 이용 가능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페이전쟁'에도 뛰어들었다. 간편결제 시장은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를 포함한 10개 이상의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비대면 소비문화의 확대 등으로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디지털 지급결제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평균 이용건수는 1455만건, 이용액은 4492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44.4%, 41.6% 증가한 규모다.

KB금융도 지난해 기존 앱 대비 결제 편의성과 송금, 환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의 확장성을 높인 KB페이를 출시했다. KB페이는 스마트폰 앱 하나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상품권, 포인트 등 8가지 결제수단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또 마그네틱보안(MST), QR코드, 바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다양한 지급결제 방식이 탑재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플라스틱 카드 수준의 결제 편의성과 범용성을 확보했다.

그밖에 KB금융은 리브엠을 통해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리브엠은 고객에게 저렴한 통신 요금제를 제공하고, 남은 통신 데이터는 금융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금융과 통신의 융복합 서비스다. 금융사의 비금융 신사업을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로 금융산업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