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역자금 이탈, 일자리위협 우려"...핀테크 "인뱅과 동일 잣대 안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표류 중인 가운데, 지방금융권과 핀테크업계가 개정안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지방금융권은 전금법 개정에 따른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대형 IT기업 편중 심화 △금융소비자 보호 부족 △은행점포 축소에 따른 일자리 위협 등을 부추긴다며, 개정안 통과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통 은행권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제는 산더미인데, 핀테크와 빅테크 등 IT업계의 '허들'이 너무 낮다는 게 불만으로 제기됐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핀테크업계는 지역은행의 동반자적 관계임을 주장하며, 지방은행의 침체를 핀테크 진출과 결부시키는 건 무리라는 입장을 내놨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경실련)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에 따른 지방은행 활성화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환영사를 전달한 송재호 의원은 "카뱅(카카오뱅크)이 시총 1위를 했는데, 여수신을 너머 어디까지 금융영토가 확장되고 변화될 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다만 매우 혁명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속에서 지방은행이라는 전통적 작은 은행들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잘 변화시키느냐의 문제라 본다"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개정안이 지방은행 고사 뿐 아니라, 금융소외계층을 양산하고, 빅테크 특혜로 독과점을 유발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보호에 대한 강화조치, 과징금 조항 등(을 담아) 전금법이 논의되고, 개정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핀테크·빅테크 등이 수월하게 금융업에 진출하는 반면, 지방은행은 각종 규제를 충족하는데 치중하면서, 사실상 '고사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이 취한 문제점으로 △지역경제 악화 △수요기반 약화와 저금리 △제도적 제약 △디지털금융 환경 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지방은행이 금융당국의 요구조건을 준수하면서, 최근 급성장 중인 인터넷은행과의 격차도 자연스레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지역민의 예수금으로 자금을 공급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는 서비스 확대로 '대형 플랫폼화'가 진행 중이다"며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면서,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균형발전'이 저해되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지방은행이 설립됐는데, 설립 취지에 위배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권희원 금융노조 BNK부산은행지부 위원장도 "지방은행이 '사면초가'의 상황"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예대율 규제 유지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등이 지방은행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카카오뱅크·케이뱅크와의 여수신 경쟁에서 필연적으로 밀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권 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이 도입된 후 실제 개인예금과 우량신용대출이 상당히 이탈됐다. 인터넷은행이 두 부문에 집중하면서, 부실채권 비율은 당연히 지방은행의 절반 수준이고, (카뱅의) BIS비율도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토스뱅크 영업이 가속화되면 지방은행 고사는 지금보다 빠를 것"이라며 "2017년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이후, 상위 3대 시중은행의 시장집중도는 거의 변화가 없는데, 지방은행만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경실련)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에 따른 지방은행 활성화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지방은행이 지역균형발전의 명목으로 떠안아야 하는 고충도 제기됐다. 

권 위원장은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에 지역금융 우대방안은 지금도 빠져 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공기업 (유치) 등 모두 경쟁을 부치고 있다"며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자금 이탈과 고객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제기됐다. 이날 핀테크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은행이 핀테크에 종속된다는 우려가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장 총장은 "은행은 금융상품 제조자이면서, 절대적인 고객접점을 보유한 강력한 판매채널이다. 보험이나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 제조업자를 종속시켜 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며 "유사한 판매 중개플랫폼인 은행과 빅테크의 종속문제는 가상의 영역이라 본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의 위기 원인에 대해서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전통 제조업의 쇠락이 크다고 본다"며 핀테크의 등장과 결부지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장 총장은 "핀테크는 지식기반 IT사업으로서 수도권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금융플랫폼화가 진전된다고 지역인재와 부가 유출된다는 건 실증된 바 없다"며 "플랫폼화 현상은 고객 접점이 디지털로 전환되느냐의 문제이지,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는 은행 본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덧붙여 "지방은행의 진짜 경쟁자는 핀테크가 아닌,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라 본다. 인터넷은행은 핀테크라기보다, 은행이다"며 "핀테크와 지방은행이 상생협력해서, 윈윈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먹튀' 논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로 머지포인트가 무허가 영업을 펼친 만큼, 전금법 규제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게 패널들의 입장이다.

강 연구위원은 "신규 라이선스가 도입되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급지시전달업자를 통해 금융규제를 우회해, 금융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며 "빅테크·핀테크가 금융서비스에 확장 진출하게 되면, 향후 금융사고 발생리스크와 수수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 큰 파장을 몰고 왔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위원장은 "(개정안이) 규제를 풀어주고, 핀테크를 육성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법이 통과됐다면 머지포인트 사태는 그대로 발생했을 것이고, 지방은행은 훨씬 더 어려운 경영상황에 놓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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