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권한쟁의심판…언론계 헌법소원 예고 최종 통과 후 소송전
가장 큰 쟁점, 독소조항 다수…허위조작보도 모호한 기준도 문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당초 25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전격 연기되면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또한 순연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를 연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부터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았다. '국회법상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달 내에 본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입장은 그대로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가 법안 처리를 최대한 늦출 방침이다.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강행할 계획이라 개정안은 이르면 이번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필리버스터가 범여권 180석에 의해 89시간 만에 종료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실효성 없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법안 무효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민주당이 무리하게 강행하는 가운데 야당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따른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서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야당 몫 조정위원으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배정한 것이 '심의의결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지난 19일 김의겸 의원을 야당측 조정위원으로 넣어 사실상 '여 4명 대 야 2명' 구도로 법안 처리를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김 의원은 정당만 다를 뿐이지 문체위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법안을 짜낸 친여 의원이다.

반면 국민의힘의 이러한 움직임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 실효성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앞서 공수처법 또한 야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기각됐기 때문이다.

   
▲ 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8월 25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또다른 문턱은 언론계의 헌법소원이다.

이미 인터넷신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 등 언론 7개 단체는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소송전이 잇따를 전망이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법안 심의 과정의 절차상 적절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향후 적절성을 확보했다고 결정하더라도 이후에는 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어진다.

개정안의 위헌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법조계와 언론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핵심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제 30조 2항이다.

해당 법조항은 "법원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을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조작보도'라는 개념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비판이다.

사안에 따라 언론사의 통상적인 편집행위가 '조작보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이에 대해 '중대한 편집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25일 본보 취재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적 구성요건은 형사처벌 규정에 상응하는 정도의 명확성의 원칙을 갖추어야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그러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불명확한 요건이라 해석의 여지가 큰데, 이에 따라 법원이 피고의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라고 명시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안의 부수적인 내용만 바꾼채 책심 내용은 그대로다. 사실상 민주당이 언론에게 빼든 칼을 넣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이상, 본회의는 빠르면 26일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 제 93조 2항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법사위)가 법률안 심사를 마치고 국회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더라도 만 하루(1일)가 지나지 않았을 경우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할 수 없다.

국회법은 이 같은 조항에도 여야가 협의했을 경우 법안을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쟁점법안을 놓고 여야 입장차가 커 박병석 의장이 본회의 연기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공은 던져졌다. 이달 중 열릴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최종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대선기간에 이를 때까지 헌법재판소에서의 법정 싸움이 지리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