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칙적으로는 찬성 입장 밝혔지만 표결은 의원들에게 맡겨
‘내로남불’ 우려 속에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게 책임 돌리기 발언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논란으로 대선 불출마와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직안 상정을 두고 곤혹스러워졌다. 원칙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을 넘기면서 ‘폭탄 떠넘기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사직안) 처리 자체를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며 “야당이 적극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하면 저희는 거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여야) 협상 과정에서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사직안 표결 시 개별 의원 판단에 맡길 것이냐는 질문에는 “의원들의 양식에 맡길 일”이라고 답했다.

박 의장과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도 나왔다. 윤 원내대표는 “회기 중 상정처리하게 돼 있는데, 야당이 요구하면 받겠다”고 말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사직안은 철저히 절차에 따라 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하면 그거에 맞춰서 처리할 것”이라며 박 의장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이는 윤 의원의 사퇴안을 국회에 상정해서 처리할 경우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았던 당내 12명 의원 중 단 한명도 스스로 사퇴나 탈당을 하지 않은 민주당이 또다시 ‘부동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윤 의원이 이미 의원실을 비웠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 ‘사퇴쇼’라는 공세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사안이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의 사직안을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야 된다. 본인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며 “본회의가 열리면 표결로 처리할 생각이고 이 뜻을 민주당에 통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이 직접 책임 있는 사유에도 단 한 명도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탈당한 사람도 없었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윤 의원의 사직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본회의 의결 없이 국회의원직 사퇴가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도 발생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국회의원이 사직서만 제출해도 사직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추진한다고 각각 밝혔다. 현행 국회법 13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하려면 본회의 안건 상정과 의결이 필요하다. 회기 중이 아니라면 국회의장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 12일 오후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회동을 가졌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민주당은 윤 의원이 까다로운 사퇴 절차를 역이용해 일종의 ‘사퇴쇼’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윤 의원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동산 위법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강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인국회의원의 직위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면서 의원직을 볼모로 정쟁에 활용하는 잘못된 정치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 의원은 “본인이 원하면 하야할 수 있는 대통령 등 다른 선출직과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는 “권익위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양당의 조치와 해당 의원들의 행보에는 차이점이 없다”며 “다만, 딱 윤희숙 한명만이 ‘의원직 사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응 수위가 극으로 갈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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