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거래와 재산권행사 정부 통제 확대…정부 실패로 이어져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가포럼 대표

I. 마녀사냥과 천민민주주의

로마제국 당시 권력자들은 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검투사를 활용하였으며, 심지어는 더 많은 시민들이 경기장에 오도록 시민들에게 빵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어찌 보면, 오늘날 빈번히 발생하는 마녀사냥이 정치인들의 작품이 아닌 가 의심이 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미 로마시대 당시의 민주주의는 그 본질 면에서는 시민민주주의가 아닌 천민민주주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도 점차 천민민주주의에 가까워져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 키케로 흉상, 로마 카피톨리노 박물관, 1세기 중반 작품, 사진 Glauco92 

우리 헌법은 물론이고 각국의 헌법들이 천명하고 있는 민주주의란 민주주의적 이성에 기초한 시민민주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수의 가진 자와 다수 못가진 자, 소수의 갑과 다수의 을, 소수의 대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 소수의 원사업자와 다수의 수급사업자, 소수의 대주주와 다수의 소액주주 등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한 후 소수그룹에 속한 자를 희생양으로 하는 대한 법적 규제 강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경제민주화입법이다. 즉, 1986년 우리 헌법에 도입된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의 신설 후 우리나라의 천민 민주주의화가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천민민주주의는 시민들로부터 나온 권력을 쟁취하고자 희생양을 만들고 희생양을 마녀화하여 이를 사냥하는 제도를 만듦으로서 심화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하여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II. 천민민주주의의 심화 현상

마녀사냥이 가능한 천민민주주의의 심화와 관련하여 권력자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를 이분화 시킬 수 있는 권한과 소수의 자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자율적 사적 자치에 기반을 둔 사법(私法)을 국가가 시민을 통제할 수 있는 공법(公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천민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방법으로 “사법의 공법화”가 가장 용이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국가의 천민민주주의의 심화 정도는 사법의 공법화 정도와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80년대 이후부터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행해지는 국민간의 법률행위를 규율하는 사법(私法)의 내용들이 각종 제재가 수반되는 공법들에 편입되는 현상들이 심화되면서 천민민주주의가 가속화된 바 있다. 구체적인 예로는 사법적(私法的) 구성요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도급거래에 대하여 과징금이나 형사벌을 가하는 공법인 하도급법이 규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일감몰아주기 규제라는 명목 하에 사적 거래를 통제하는 법령개정작업도 진행됨으로써 사법의 공법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천민민주주의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는 유사 사회주의, 혹은 명백한 사회민주주의 이념이 헌법적 가치인 시장경제와 거의 동격이 되면서 재벌규제 등 온갖 규제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천민민주주의의 심화는 국민 개개인의 사적 거래와 재산권 행사를 정부가 통제하는 영역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이들에 대한 제한은 정당성을 갖지만, 그 것도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의 제한만 인정된다.

입법론적으로 1970년대부터 소비자거래분야에서 사적 거래를 선도적으로 공법화 했던 독일이 2002년에 소비자보호규제 관련 공법규정을 민법전에 편입시키는 공법의 사법화를 대대적으로 단행한 바 있다. 즉, 1970대 후반부터 독일이 제정했던 약관규제법이나 방문판매법, 할부거래법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공법규정들을 2002년에 민법에 포함시키는 등 종래의 사적거래 통제입법들을 다시 사법영역으로 귀환시키는 작업들을 진행한 바 있다. 이는 천민민주주의의 심화로 인한 부작용들을 개선하기 위한 독일 권력자들의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입법의 역사를 보건대 선진국들은 전통적인 사법영역에 속한 기업활동이나 거래, 계약들에 대하여는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의 틀 속에서 이를 규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불가피하게 정부가 나서서 이를 제재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매우 신중한 입법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콜롯세움을 세우고 그 곳에 소수의 갑을 희생양으로 하는 검투사 경기를 권력창출의 도구로 삼으려는 듯한 사법의 공법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천민민주주의화의 심화는 결국 청년실업율 증가와 내수침체 등과 같은 정부실패라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III. 시민민주주의의 확산 방안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천민민주주의의 심화는 정부실패를 통한 “가난한 대한민국화”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시민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확산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개선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적 자치와 자기책임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사법의 영역이 우리사회에서 점차 확대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는 사법의 공법화가 가장 심한 하도급법상의 징벌배상제 확대, 공정거래법상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신규순환출자금지 입법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 하도급법은 정부주도형 산업구조가 민간주도형 산업구조로 전환되는 시점인 1984년 제정된 것으로 전형적인 정부주도형 산업체제의 유물로서 대표적인 사법의 공법화 법률이다.

또한 이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의 대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만큼 수급사업자를 강력히 보호하는 법률로서 사업자간의 거래를 규제하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통제적 법률이다. 즉, 사법상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책임 하에서 규율하고, 국가는 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근대 사법의 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과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천민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법률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과제이다.

그리고 일감몰아주기규제 역시 총수가 다수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와의 거래를 경쟁제한성이 없더라도 이를 금지시키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과징금은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질서를 위해하는 사법의 공법화로서 천민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역시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입법과제이다.

신규순환출자금지와 관련하여서는 재벌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증손자회사 이하의 회사와의 순환출자는 물론이고 모든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고리 자체를 차단하는 사법의 공법화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라는 사적 자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천민민주주의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선진국가들이 가공자본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하면서도 법률로는 모자회사간 출자만 금지시키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신규순환출자규정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IV. 결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천민민주주의의 심화를 차단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권력자가 시장을 소수의 갑과 다수의 을로 양분하여 을을 일방적으로 편들어 거짓과 선동, 과잉으로 왜곡된 민주주의를 사적 자치와 자기책임원칙이 지배하는 시민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는 우선 법제도적 개선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법제도적 개선이 왜 필요한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노력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즉, 사적 자치와 자기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사법의 영역을 확대하고 공법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공권력의 지배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법 영역은 축소되고, 사법 영역에 비해 공법 영역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전체주의나 권위주의 체제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전파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가포럼 대표

(이 글은 자유경제원 홈페이지(www.cfe.org),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