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부광약품 등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
"임상 참여 환자 모집 어려움 등 단기간 내 힘들듯"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경구용(먹는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에 이어 먹는 치료제에 대한 주권 확보도 단기간 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사진=픽사베이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내년 예산안에 코로나19 치료제 구매비 417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2만명분의 치료제를 구매하는 예산이며, 경구용 치료제 구매 비용도 포함된다. 정부에서는 국내 개발사가 아닌 경구용 치료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해외 제약사 MSD와 구매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D는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함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K-4482)'를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에 오류를 주입해 바이러스 복제를 막도록 설계된 치료제로,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 두 번 12시간 간격으로 5일 동안 복용하도록 설계 됐다. 

업계에선 몰누피라비르가 개발에 성공할 시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미국 정부는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전제로 이미 12억달러(1조3000억원) 선구매계약을 한 상태다. 

반면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이후 그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렉키로나는 정맥주사 방식으로 병원을 방문해야만 투약할 수 있다. 환자 복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먹는약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제약사들은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기 위해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약물재창출 방식을 택한 만큼 단기간 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조건부허가를 획득한 약물은 1개도 없다. 

대웅제약은 최근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의 임상 2b상을 완료했다. 대웅제약은 300여명 규모의 코로나19 경증 환자에게 투약을 완료했고 임상 자료를 분석 중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3분기 내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 방침이다. 동시에 임상 3상도 진행할 방침이다.

부광약품은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를 코로나19 경증·중등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61명의 코로나19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레보비르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 경향을 확인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에 부광약품은 별개로 진행 중이던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 104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바이러스 감소를 1차 평가변수로 설계해 유의성을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투약도 마친 상태"라며 "정리가 되는 대로 톱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앞서 회사가 발표한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해당 약물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의 비율(음전율)에서 대조군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풍제약은 임상 2상 보다 약 11배 많은 1238명을 대상으로 내년 7월까지 임상 3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압타바이오는 캡슐 형태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APX-115'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 FDA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간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며 ""중간데이터 결과에 따라 긴급사용승인이나 기술이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크리스탈지노믹스, 동화약품, 뉴젠테라퓨틱스 등에서도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코로나19 치료제는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사용 중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베클루리주'(성분명 렘데시비르)와 조건부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자가 늘어갈 수록 치료제 임상 시험 참여 환자를 모집하기 어려워지는 등 개발 환경에 여러 문제와 제약들이 따르고 있다"며 "단기간 내 국산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될 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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