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첫 격전지인 대전·충남·충북·세종 지역 경선에서 압승
이낙연 이재명에 더블스코어로 2연패...전략 수정 불가피
후발주자들, 저조한 성적표...단일화·중도사퇴 가능성 주목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4~5일 열린 대전·충남·충북·세종 지역 경선에서 2위 이낙연 전 대표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차이로 앞섰다. 

향후 민주당 대선 경선 판도는 '반이재명 전선'의 단일화·중도 사퇴 가능성 등 후발주자들의 '중대 결심'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민주당 경선 첫 격전지인 대전·충남에 이어 세종·충북 권리당원 투표에서 각각 55.21%와 54.9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누적 득표율에서 각각 27.41%와 26.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 이 지사에 2연패를 당했다

경선 시작 전까지 막판 뒤집기를 기대했던 이 전 대표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지역 차별 발언', '황교익 인사 참사', '무료 변론 의혹' 등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전략을 이어갔다. 이번 충청 지역 경선에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이 '검증된 후보'라는 점을 앞세우며 지지율 호소에 나서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충북·세종 민주당 순회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두 번의 충청지역 경선에서 이 지사에 더블스코어 차이로 연패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세종·충북 경선 직후 이 전 대표는 경선 전략 수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검토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오는 12일 진행되는 호남 지역 순회 경선을 위한 전략과 조직을 재정비한 뒤 다시 결전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오영훈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더 겸허히 당원과 국민만 바라보며 나아가겠다"며 "준비된 후보의 꺾이지 않는 희망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남은 4명의 후보들도 이번 경선에서 냉정한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받고 있다. 

경선 초반 '빅3'로 불리며 주목 받았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경선에서 2위 이 전대표(26.53%)와 큰 격차를 보이며 3위(7.05%)를 기록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4위(6.81%)로 정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고 박용진 의원은 5위(2.37%), 김두관 의원은 6위(0.87%)에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전국 순회 경선이 앞으로도 한달 남짓 남은 가운데, 후발주자들에게는 완주 이외에도 '이재명' 혹은 '이낙연'으로의 단일화나 중도사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어 민주당 대선 경선판이 요동칠지 주목된다. 

다만 앞으로도 9차례의 지역 순회경선과 3차례의 슈퍼위크 투표(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가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아직까지는 다른 후보들도 완주 이외의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정 전 총리는 기대와는 달리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중도사퇴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은 완주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캠프 측 대변인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개표가 끝난 후 현장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 지지를 받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확인을 기반으로 해서 더 치열하게 준비해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완주 의지를 밝혔다. 

   
▲ 지난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충북·세종 민주당 순회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이재명(왼쪽부터),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사진=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후발 주자들 간의 단일화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후보 간 단일화로 1위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단일화 논의에 불이 붙을 수 있는데, 이 지사가 2위 이 전 대표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승리하면서 단일화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앞으로도 이 지사가 과반 득표를 이어간다면 3~6위 후보들이 2위 후보를 지지할 실익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먼저 '단일화를 하면 이재명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싶다"며 "민주당 권리 당원 과반수가 이재명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본선에 나가서 이길 수 있는 사람, 즉 정권재창출 할 수 있는 후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표가 이 전 대표에게 전부 갈 가능성 보다는 오히려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높은 이 지사에게게 옮겨 갈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후보들간의 단일화는 지금으로 봤을때는 별 의미가 없다"며 "단일화의 가능성이 열려있겠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쏠린 바닥민심이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고 회의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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