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활용한 스마트팩토리화 기회 마련
보스턴 다이내믹스, 경쟁업체 등장 대환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세계적인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의 지분 투자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테슬라 등 다른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로봇 산업의 잠재력을 증명해주는 일이다"며 환영을 표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합류후 로버트 플레이터(Robert Playter) 보스턴 다이내믹스 CEO(최고경영자)와 애론 사운더스(Aaron Sounders) CTO(최고기술책임자)는 10일 공식적으로는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회사의 주요 기술 및 사업 현황과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플레이터 CEO는 이날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현대차그룹은 여러 프로젝트를 협동으로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품의 제조 및 양산을 위한 공급망 구축에 현대차그룹 기술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특히 기술 측면에서 자동차 산업과 로봇 산업의 미래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며, 배터리가 탑재돼야 하는 부분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로봇을 통한 모빌리티 기능성 향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과 함께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고 있고, 우리의 로보틱스 기술력이 스마트 모빌리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레이터 CEO는 최근 테슬라가 'AI데이'에서 휴머노이드 '테슬라봇'을 발표하는 등 여러 모빌리티 및 IT 기업들이 로봇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더 많은 경쟁기업이 로보틱스 산업에 진입하기를 기대하고있고, 로보틱스 산업이 그만큼 잠재력이 많은 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비교 우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수십년 간 이동성을 갖춘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과학에 전념해 왔고, 그걸 기반으로 현대차그룹과 함께 로보틱스 개발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로 인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다른기업들보다 선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샤오미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카피한 것으로 의심받는 '사이버독'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기능 면에서 원조 스팟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플레이터 CEO는 "경쟁 제품이 4족 보행 로봇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스팟은 이동성에서 차별화된다"면서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센서가 탑재돼 지형지물과 함께 작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는 다른 경쟁사에서는 구현되기 어려운점"이라고 일축했다.

현대차그룹으로의 인수가 결정된 지난해 12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계단이나 경사로 등 다양한 지형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스팟의 성능을 선보인 바 있지만, 이날 공개된 스팟은 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머리 위쪽으로 기다란 팔을 장착해 물건을 집거나 문을 여닫는 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레이터 CEO는 스팟이 화학 공장, 원자력 시설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위험 구역을 점검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성이 뛰어나 어려운 지형을 탐색할 수 있고, 다른 로봇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곳도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스팟의 최대 장점으로 내세웠다. 스팟은 출시 1년만에 수백 여대가 전세계의 작업현장에 투입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날 영상으로 최신 로봇인 스트레치(Strech)도 선보였다.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트레치는 일종의 물류 로봇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에게 좀 더 현실적인 보급형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보스턴 다이나믹스 스팟이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전기관을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스트레치는 창고 자동화를 위해 제작된 로봇으로, 트럭과 컨테이너에서 상자를 내리는 고된 작업을 사람 대신 해줄 수 있는 제품이다.

플레이터 CEO는 "로봇 개 만큼 흥미롭지는 않을 수 있지만 트럭에서 짐을 내리는 작업은 창고 운영의 주요 이슈"라면서 "오늘날에도 매년 5000억개 이상의 상자가 사람들에 의해 수동으로 이동되고 있고, 끊임없는 반복과 과중한 부하로 인해 창고 업무 중 가장 부상이 빈번히 발생하는 작업을 스트레지가 해결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강도의 단순작업로봇이 대신하며 산업재해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며 현재 몇몇 주요 고객들과 함께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플레이터 CEO는 설명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직까지 돈을 벌기 보다는 로봇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적자 기업이다. 하지만 로봇 개 스팟에 이어 스트레치 판매까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재 일부 기업들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마친 뒤 본격적인 스트레치 공급 거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4개 고객들과 일단 작은 규모로 효과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조만간 수천대의 스트레치가 제조현장에 투입될 날이 멀지 않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팟과 함께 인간형(휴머노이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로도 큰 관심을 모은 기업이다. 아틀라스는 영상을 통해 계단을 오르거나 측면 경사로를 달리거나 장애물을 뛰어넘는 등 기능적 측면은 물론, 춤을 추고 뒤로 재주넘기를 하며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당분간 아틀라스가 외부에 판매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터 CEO는 "아틀라스는 연구 프로젝트로 당장은 상용화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먼 미래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미래에는 다양한 로봇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텐데, 그때 아틀라스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불류로봇 스트레치.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로보틱스 분야의 글로벌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과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빛을 바랄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했던 기업들은 서비스위주의 사업을 펼쳤던 곳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술력을 대부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스마트팩토리를 진행중인 제조업분야에 있는 현대차그룹인 만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을 상용화 시킬 수 있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우 연구단체로서의 역할로서만 활동해 왔지만 현대차그룹을 만나며 본격적인 기술력을 상용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며 "현대차그룹은 이를 활용해 보다 빠른 스마트팩토리화를 진행할수 있는 만큼 서로가 윈윈하는 전력일 펼쳐질 적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