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에 첨단 사양 갖춰 경차 시장 다양성 추구
베뉴 판매간섭 우려…단종된 스토닉‧쏘울 전철 밟을 수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광주형일자리 창출모델로 등장하게 된 캐스퍼로 인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라인업이 좀 더 촘촘해 졌다. 

엔트리카를 대신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대형SUV까지 빈틈이 없어 보였던 현대차과 기아의 라인업이었지만 진정한 엔트리카 모델이 등장하며 새로운 구도가 형성이 됐다. 
이로 인해 모델 간 새로운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등장한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제공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룹사 전체의 엔트리카 영역을 담당하게 될 캐스퍼의 판매가격은 최저트림인 스마트 1385만원을 시작으로, 모던 1590만원,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이 1870만원이다.

당초 터보엔진 장착 모델이 별도 트림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기본 3개 트림에서 옵션을 통해 고객 취향에 따라 터보모델을 선택 할 수 있게 했다. 이 옵션은 터보엔진에 원형 인터쿨러 흡입구, 스키드 플레이트 등의 디자인 요소가 적용되는 '캐스퍼 액티브'다. 

옵션 가격은 하위 두 개 트림은 95만원, 최상위 트림은 90만원이다. 기존 현대차의 옵션특성상 체감가격과 함께 트림별로 겹치는 요소가 있어서 이같이 책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캐스퍼 액티브옵션이 추가된 모델을 별도의 트림으로 가정한다면 스마트 1480만원, 모던 1685만원, 인스퍼레이션 1960만원이 된다.

기본 모델 가격을 1400만원 이하로 책정해 1000만원대 초반의 시작가라는 구색은 맞췄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2000만원에 육박하는 상위 트림 가격이 경차로서는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가격구조는 현대차‧기아의 기존 소형 SUV 일부 모델들과의 판매 간섭을 불러올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다양한 소형 SUV라인업을 갖춘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 코나와 베뉴가 있고, 기아는 셀토스, 니로가 있다. 지금은 단종 됐지만 연 초까지만 해도 여기에 쏘울, 스토닉까지 비슷한 차급에 6종이 몰려 있었다.

기아의 경우 2019년 셀토스 출시 당시 지나치게 다양한 소형 SUV 라인업을 의식한 듯 '하이클래 소형 SUV'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소형 SUV들 중 고급화를 선택한 모델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들 중 셀토스와 코나는 덩치 자체가 캐스퍼와 월등히 차이가 나는 데다 시작 가격부터 2000만원에 육박해 최상위 트림은 3000만원을 넘어서는 만큼 캐스퍼와는 다른 시장이다. 니로 역시 친환경 라인업으로 분류가 되는 만큼 차별점이 있다.

문제는 현대차 SUV 라인업의 가장 하단에 위치한 베뉴와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가격도 1689만~2236만원으로 캐스퍼와 충돌이 일어날 여지가 높다. 베뉴 스마트(1689만원)와 모던(1885만원) 두 개 트림이 캐스퍼 최상위 트림 아래 위치한다.

통상 상하위 차급간 가격대가 겹치면 하위 차급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라 보인다.

   
▲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등장한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제공


같은 값이면 큰 차를 사는 게 일반적인 소비 성향이라는 점만 감안하면 베뉴가 캐스퍼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경차 사이즈 제한(전장 3595mm, 전폭 1595mm)에 걸려 있는 캐스퍼와 달리 베뉴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크기(전장 4040mm, 전폭 1770mm)를 갖췄다.

하지만 애초에 베뉴 자체가 그리 인기 있는 차종은 아니었다. 올해 8개월간 베뉴 국내 판매는 8971대로 월평균 1000대를 살짝 넘기는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차인 캐스퍼가 디자인적 신선함과 높은 연비, 경차로서의 각종 혜택, 그리고 터보엔진 라인업을 갖췄다는 강점을 앞세워 베뉴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어중간한 크기와 성능의 소형 SUV를 사느니 캐스퍼 터보모델 상위 트림을 택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SUV에서 중시되는 최대토크만 놓고 본다면 캐스퍼 1.0 터보 모델(17.5kg‧m)이 더 큰 엔진을 장착한 베뉴 1.6 가솔린(15.7kg‧m)보다 뛰어나다.

이미 캐스퍼 사전예약 첫 날인 지난 14일에만 1만8940명의 고객이 몰렸다. 이는 현대차의 대표적인 인기 차종 그랜저를 뛰어넘은 숫자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제외하고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경차 치고는 가격이 비싸니 뭐니 해도 디자인과 상품성이 받쳐준다면 시장에서 먹힌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같은 회사 내 제품간 판매간섭은 '패자의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아가 올해 상반기 스토닉과 쏘울을 단종한 것도 셀토스에 밀려 판매량이 저조한 탓이 크다.

일각에서는 캐스퍼 중하위 트림은 경차와 소형 SUV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베뉴와 판매간섭을 일으키는 건 최상위 트림 정도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물론 그렇게 되는 게 현대차에겐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캐스퍼는 기본트림부터 지능형 안전 기술,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 및 4.2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 락폴딩 등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이 기본 적용돼 있다.

여기에 152만원짜리 에센셜 플러스 옵션을 택하면 8인치 내비게이션, 버튼시동 스마트키, 풀 오토 에어컨, 후방모니터 등이 추가돼 대부분의 선호 사양들을 모두 갖추게 된다. 이를 포함한 1537만원의 가격은 경차 치고는 비싸지만 여전히 베뉴에 비해서는 150만원가량 저렴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차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SUV의 등장을 기다려왔던 소비자들에게는 캐스퍼의 가격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경제성 뿐만이 아니라 경형 SUV일지라도 다양한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해 상품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등장한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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